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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에게 꿈을 주려면
임만성
누군가 젊음처럼 귀중한 것은 없다고 했다. 나는 삶의 많은 시간을 젊은이들과 같이 보낼 수 있으니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대학생들과 정기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삶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젊은이들에게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허황된 꿈을 꾸면서 쫓기는 삶을 사는 것에 비하면 낫다고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라면서 어른들의 삶을 통해 행복한 모습을 보지 못해서 반대 급부로 행복을 갈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몇년전에 미국인 동료들과 베트남에 가면서 김씨표류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의 소외된 자아상, 내면의 공감적인 아픔을 진한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때 같은 영화를 보았던 나이가 육십이 넘은 미국 여성친구는 그 영화를 보고 30분을 울었다. 그도 내면의 아픔이 많은 사람이기에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힘들다. 어렸을 떄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공부에 시달려 왔고 열심히 해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미래를 보면 가야할 길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대부분 따뜻한 마음과 마음들이 부딪히는 경험들을 별로 해보지 못했기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도 어색하다. 그래서일까?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 하는 것도 주저하고 결혼을 해도 아기를 낳는 것에 자신이 없다.
나라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렸다. 젊은이들은 나라의 희망이다. 동시에 젊은이들이 나라의 미래를 보면서 꿈을 꾸지 못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하다. 누군가 꿈을 꾸지 않으면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젊은이들이 꿈을 꾸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히 나라를 위한 꿈을 꾸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전에 해외출장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를 만난적이 있다. 아직도 젊고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꿈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 ‘젊은이들이 꿈을 꾸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잘 모르겠는데요’ 였다. 아마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지금의 그 자리에 까지 이르지 않았나 싶다. 결국은 좋아하는 것이 꿈과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꿈을 꾸려면 나라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나라를 생각하면 삶의 희망이 보이고 가슴벅차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비쳐지는 우리나라는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모습일 것 같다. 나라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질 것 같다.
최근 한국의 한 중학생이 만든 ‘한국교육 현실 비판’ 유튜브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있다. 이 학생은 한국 사회가 ‘우수한 성적’이라는 유일한 성공 경로만을 정해 놓았다면서, 그 경로에서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된 느낌이 들 것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부모의 사랑을 받을 기대를 하지 말라”고도 했다. 공부를 잘 못하면 행복은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십대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앞서 이야기한 김씨표류기 영화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철저히 소외되어 고통스럽게 살았다. 그러다가 서로를 발견했고 서로가 간절하게 소통하는 가운데서 각자 자신을 발견했고 그 가운데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살기위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는 이웃이 별로 없다 타인은 믿을 수 없고 두려우며 경쟁대상이요 비교대상이다. 자라면서, 학교에 다니면서, 직장에서, 결혼할 떄도,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 그들을 결혼시키고 떠나보내면서 까지도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한다. 죽을때까지 남과 비교한다. 타인들속에서 내가 더 잘 나감을 보여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절망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에 토끼와 거북이이야기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거북이가 이겼다. 이유인즉은 토끼는 낮잠을 잤고 거북이는 시종일관 계속 경주에 임했다는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토끼 패배의 근본원인은 비교이다. 상대방과 자신을 비교한 것이다. 거북이는 처음부터 상대방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 자신에 충실했다. 만일 비교했다면 거북이는 처음부터 경주를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교한 자는 졌고 비교하지 않은 자는 이긴 것이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남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도 물어야 한다. 내가 누구인가가 분명하고 나의 주변의 타인들이 어떤 존재인지가 분명해지면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희망도 보인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면 타인들은 나의 삶에 찾아온 소중한 손님들이 된다.
행복이 없는 세대는 행복을 꿈꾼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세대는 미래를 갈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를 살면서 행복한 미래를 일구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 행복은 높은 곳에 있지도 멀리에 있지도 않다. 많은 것을 가짐에도 있지 않다.
새해에는 제발 비교하지 말자. 남탓을 하지 말자. 새해에는 행복의 훈련을 하자. 새해를 맞으며 자신을 찾고 이웃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가운데 희망을 보고 서로 서로 소박하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깨우치자.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