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동 학대의 늪,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시급! 

어린이집 종사자에 의한 영유아 체벌, 폭행, 폭언 등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끊임없이 보도되면서 부모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보육계 자체에서도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에서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심보육환경 조성은 어렵다고 보고 아동학대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판단하여 기존의 정책들을 수정하는 한편, 새로운 법안들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 김윤희 기자

최근 1년 사이 보육시설 종사자의 아동 학대 사례 2배 증가 
지난 8일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원생의 뺨을 강하게 때린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화면이 공개돼 어린이집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 접수와 동영상들이 배포되면서 대한민국은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유치원, 보육시설 등 아동 관련 시설의 종사자가 아동을 학대한 사례가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동보호기관에 접수된 아동 학대 건수는 2012년 6천403건에서 2013년 6천796건으로 6.1% 늘었다. 2013년 아동 학대 현황을 가해자 유형별로 보면 부모(계부모·양부모 포함)가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80.3%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아동복지시설(5.3%), 어린이집(3.0%), 유치원(0.8%), 기타복지시설(0.4%) 등 아동 관련 시설 종사자가 가해자인 경우도 644건으로 전체의 9.5%에 달했다. 2012년에는 아동 관련 시설 종사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260건(4.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건수는 2.5배, 전체 아동학대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배로 각각 증가했다. 가해자 유형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등 종사자가 통계항목으로 추가된 것은 2012년부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2∼2013년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99건에서 262건으로 265.7%나 급증했다. 또 어린이집은 110건에서 202건으로 83.6%, 유치원은 31건에서 53건으로 71.0%나 늘었다. 아동복지시설, 어린이집, 유치원 종사자들은 직무상 아동학대를 알게 되면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데 오히려 가해자가 된 셈이다.  

아동학대 전담팀 구성, 피해실태 조사 
경찰청은 보육시설의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일선 경찰서에 '아동학대 전담팀'을 꾸려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어린이집, 유치원의 아동학대 피해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관련 경찰이 전국 일선 경찰서마다 '아동 학대 전담팀'을 구성하여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어린이집 4만 3752곳, 유치원 8826곳)의 아동 학대 실태를 조사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전국 보육시설 5만 여 곳 가운데 CCTV가 설치된 9000여 곳의 영상을 모두 확인하는 것은 물론 5-7세 어린이들은 직접 면담을 할 계획"이고 "교사들이 아동 학대를 목격하고도 신고를 안 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 면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5세 이하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부모들에게 보내는 통지서를 통해 아동학대 집중 신고 기간을 홍보하여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16일부터 한 달간을 아동 학대 집중 신고 기간으로 삼아 기존 학교 폭력 전용 신고 전화인 117 신고센터를 통해 아동 학대 신고를 받을 계획에 있다. 또한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육시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육교사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 부처 장관 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당정은 합동 테스크포스를 가동해 전면 점검 및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도 아동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과 관련자를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아동학대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어린이집이 폐쇄되면 다시는 어린이집을 설립, 운영할 수 없게 하고 영, 유아에게 상해를 입힌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의 자격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자격 재취득 기회도 박탈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근로조건 개선이 시급 
아동 학대 논란이 확대되면서 질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은 바로 전국 16만 명이 넘는 보육교사들이다. 자격검증이 허술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부터 최저학력 상향조정, 심지어는 현행 보육교사 양성체계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일부 잘못된 보육교사들 때문에 전체 교사들이 아동학대의 주범으로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잇따르는 어린이집 학대사건을 일부 보육교사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팀장은 "교육을 전담하는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양육과 교육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유치원 교사들에 비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스트레스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통해 보육교사들의 근무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어린이집 학대사건의 근본적인 해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주 5일 근무기준 하루 평균 9시간 28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급여는 약 131만원. 시급 7000원도 채 안 되는 임금수준이다. 반면 보육교사들에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은 매우 짧다. 근무 중 휴식시간을 아예 갖지 않는 경우가 전체 응답자 가운데 40.6%에 달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휴식한다는 경우도 33.6%나 됐다. 1시간 넘게 휴식한다는 사람은 전체 2.2%. 결국 보육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이 하루 평균 9시간 넘게 일하면서 조금도 쉬지 못하거나 쉬어도 1시간을 채 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보육교사의 평균 근무 년수가 4년5개월에 불과한 이유다. 이 같은 사실은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에게서도 확인됐다. 1년3개월째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김모씨(24·서울 은평구)는 아침 7시 30에 출근, 오후 5시 30분, 늦으면 오후 6시 30분이 돼서야 퇴근한다.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 못하며 일하는데 한 달 월급은 135만원. “구청에서라도 지원을 좀 넉넉히 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다. 또 다른 보육교사 박씨(27)도 "지자체의 지원이 확대돼야 교사들의 의욕이 살고 아이들에게도 더 나은 교육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육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이번 사태에 일정 부분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근무환경개선비나 대체교사지원사업 등을 통해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재원상 한계로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한해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애 키우는 것 자체가 공포... 
정부는 어린이집의 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2013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교사와 재원, 관리 부처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아동학대 사건 때문에 ‘이렇게 불안한 보육기관을 어떻게 믿고 아이를 맡기겠는가,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자’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968명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뜻한다. 즉, 서울에 아이 한 명조차 낳지 않겠다는 부부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도 1.187명으로, 채 두 명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저 출산 현상에 대해 늦어지는 결혼이나 결혼관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결혼한 직장 여성들의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출산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어린이집, 유치원 어린이 학대로 인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은 사실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아이들을 잃은 대한민국은 또 다시 아동학대로 부모들이 불안감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끊이지 않게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형식적인 시책이 아닌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세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