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3
[ 커피를 사랑한 사람들 ]

전 세계 인류가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가 된 커피는, 오랜 역사 속에서도 많은 문인들과 귀족들, 지식인들에게 큰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역사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커피의 전파
커피는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고 홍해를 건너 예멘을 거친후 아라비아반도를 지나 현재의 터키 자리였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되게 된다.
예멘에서 커피가 경작되던 시절 커피를 카와(Khawah)라 불렀는데 이는 아랍어로 와인을 뜻한다. 교리상 술을 마실수 없었던 이슬람 국가에서는 커피가 이를 대체하게 되었고, 16세기 이후 이슬람 전역에 확산이 되어 커피는 곧 이슬람의 와인으로 정착하게 된다. 정신을 맑게 해주며 원기를 복돋아 주는 커피를 가장먼저 마신 이들은 이슬람 수도승들 이었다. 종교의식과 약용 그리고 귀족들의 사치음료로 사용되던 커피는 점차 대중들에게 확산되면서 세계 최초로 콘스탄티노플에 카페가 생겨나게 된다. 
14세기경 이슬람의 오스만투르크 제국(북아프리카와 유럽 일부, 서아시아를 거느린 대제국, 현재터키 공화국의 전신)은 커피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517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셀림 1세(Selim I)는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지금의 이스탄불)에 커피를 소개하고, 전문 커피 하우스를 만들어 일반 대중들도 이곳을 통해 커피를 기호 음료로서 즐길 수 있었다. 당시 터키에서는 혼담이 오고 가는 남녀 사이에서는 신부가 끓여준 커피맛으로 결혼을 결심할 정도였고, 남편이 아내에게 하루의 커피 할당량을 준비 못하면 여성들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커피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커피는 아랍과 이슬람세계 전체로 확산되게 된다. 15세기에 이집트 왕조를 물리치고 이슬람의 종주국이 된 오스만 트루크는 세계 최초로 커피를 일상적인 음료로 정착시켰으며 커피를 유럽세계에 전파한 커피 대국이었다. 
십자군 원정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게 되면서 커피는 유럽인들의 삶속에 깊숙히 들어오게 된다. 처음에는 이교도의 음료라 하여 배척하였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VIII)가 커피를 마신 후 커피의 맛에 반해 커피에 세례를 내리게 된다. 이후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전파된 커피는 유럽 곳곳에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유럽의 화려한 카페문화를 꽃피우게 된다.

커피를 사랑한 사람들
프랑스 출신의 소설가 발자크는 초인적인 끈기로 장편소설 74편을 비롯해서 많은 단편 작품을 남긴 작가이자 커피마니아였다고 알려진다.
그의 작품인 〈고리오 영감〉 등은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으나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세계적인 대문호로 알려진 그의 일생의 목표는 사실 문학적 성취가 아니었다. 글을 쓰는 일은 단지 직업이었을 뿐이다. 그가 그렇게 글을 써댄 것은 도스토옙스키처럼 빚을 져서가 아니었다. 발자크가 기계처럼 글을 '찍어낸' 이유는 바로 결혼을 위해서였다. 그는 33살에 이미 유부녀였던 한스키 폴란드 백작부인에게 첫눈에 반해 청혼을 하게되고, 당시 남편이 있던 백작부인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의 열정에 감복하고 만다.
그리고 남편이 죽고 나면 발자크와 결혼하기로 몰래 약속해 준다. 발자크는 백작부인이었던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서 그에 걸맞은 지위와 재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그 이후로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하루에도 커피를 수십 잔씩 마셔대며 작업을 해 이윽고 18년에 걸친 꾸준한 구애 끝에 결국 꿈을 이룬다. 51세에 백작부인과 결혼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커피를 예찬했다고 전해진다.
“커피가 위 속으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생각은 전쟁터의 기병대처럼 빠르게움직이고, 기억은 기습하듯 살아난다. 작중 인물은 즉시 떠오르고 원고지는 잉크로 덮인다.”
하지만 지나친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죽고 만다. 어느 통계학자는 그가 평생 동안 마신 커피는 약 5만 잔 정도로 추측한다. 유부녀와의 비밀스런 연애, 빠르게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약물처럼 복용한 커피, 그리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요절해 버린 불운.. 그의 인생은 커피를 부르는 다른 말 '악마의 유혹'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독일의 작곡가 바흐의 커피예찬을 살펴보자.
국내에서 광고음악으로도 활용되었던 ‘커피 칸타타’의 노래를 기억할수 있을 듯 하다.
18세기 바흐 시대에는 라이프치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각 가정마다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물론 시내의 여러 커피하우스들은 커피와 담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대성황을 이루었을 정도로 커피하우스가 사람들의 사교장 역할을 하다 보니 때로는 커피하우스에서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도 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역시 커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목적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일종의 커피 홍보음악이자 작은 희극 오페라 같은 매혹적인 칸타타다. 바흐는 주로 종교적인 작품으로 유명하고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지만 “커피 칸타타”를 통해 그가 희극적인 양식의 음악에도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 내용중 일부 )
아! 맛있는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머스캐텔 포도주보다 달콤하다.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지요......  
내가 원할 때 커피를 마실수 있는 자유를 약속하고 내 결혼 생활에서 그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느 구혼자도 내 집에 올 필요가 없어요.

이 “커피 칸타타”는 프리드리히 헨리가 쓴 극시(劇詩)에 의한 것으로서, 당시의 처녀들이 커피에 열중하는 것을 부친이 한탄하면서(-당시에는 성차별로 여성들의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되었음-), '너에게 좋은 신랑을 속히 중매해 줄 테니 커피를 너무 마시지 말라’고 말하지만 마지막에는 합창으로 커피의 예찬을 하며 마무리된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실내 칸타타의 극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라이프치히의 치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바흐가 이끄는 콜레기움 무지쿰의 공연으로 소개된 이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평생을 사제처럼 종교음악에만 몰두했던 바흐에게 이러한 유쾌한 면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커피의 매력에 역사속에서도 시대와 종교의 차원을 넘어서 많은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은 커피예찬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현대에도 우리의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깊이 자리한 커피는 만남의 매개체가 되며 관계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주는 거부할수 없는 유혹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하다.
커피는 충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