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재테크 칼럼

소비의 주범, 신용카드를 꺾어라

누구나 신용카드 때문에 어려움을 당해 보았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카드 피싱을 당해 결제를 당한 적도, 카드 명세서를 보고 경악한 적도, 무분별하게 카드를 긁다가 한도 초과로 창피를 당한 적도 있을 것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빚을 돌려 막다가 신용 불량자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가정경제에서도 신용카드가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달 생활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 보면 정확하게 얼마라고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한 달 카드 값이 200에서 300만 원 사이니까 그 정도가 아닐까요?”
신용카드로 모든 것을 해결하다 보니 생활비의 정도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카드를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수입에 비해 생활비가 너무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과소비를 측정하는 기준이 있다. 매월 신용카드의 대금 결제액이 수입 총액의 30퍼센트를 넘으면 과소비다. 수입의 30퍼센트 이상이 카드 대금이라면 빚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수입의 반 이상이 카드 대금으로 나가기도 한다.
물론 신용카드의 좋은 점도 있다. 사용하기 편리하다, 캐시백, 마일리지 등 서비스 혜택이 많다, 다급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등등의 이유를 든다. 그러나 뒤집어 이야기하면 곧 허점이 되는 내용들이다.
카드 사용에 있어 캐시백이나 마일리지 등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차곡차곡 쌓은 마일리지로 뭔가를 장만하면 기분이 좋다. 왠지 공짜로 물건이 생긴 것 같다. 카드를 쓰면 돈을 버는 것이란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카드사의 할인과 포인트다. 그런데 할인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할인을 받기 위해 써야 할 금액이 있고 할인율이 높은 카드는 더 많이 써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러니 만 원을 할인받는다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때로 30만 원을 써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할인받는 금액이 생각보다 적다.
캐시백이나 마일리지의 경우, 사용에도 제한이 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포인트의 경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서 내가 원하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마일리지 제도 역시 카드 사용 기간에 비해 혜택 기간이 턱없이 짧고, 카드사의 제반 서비스는 변경이 가능하기에 넋 놓고 있다가 서비스 자체가 필요 없는 서비스로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신용카드의 가장 큰 위험은 현금서비스다. 돈은 급하고 마땅히 빌릴 곳이 없을 때,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금서비스는 수수료가 붙을 뿐더러 금리도 무척 높다. 현금서비스를 체면 때문에 받는 경우는 큰 낭비다. 어떤 사람은 모임에서 회비를 내려고 하는데 현금이 없자, 현금서비스를 받아 건네기도 한다. 회비 같은 것은 후에 통장에서 자동이체를 할 수 있는데도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누수 자금을 만드는 셈이다.
당장 목돈이 없는데 어떤 값비싼 물건을 사야 할 때, 신용카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할부 수수료가 엄청나다. 한때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있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물건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혜택을 카드사가 줄여 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할부 수수료의 단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감히 신용카드를 꺾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지갑을 열어 보길 바란다. 이름도 모르는,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는 카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긁을 때만 위로 받고 긁고 난 뒤에 후회가 밀려오게 만드는 신용카드를 꺾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