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한결같이 전통가마에서 자기 빚어내는 ‘옥천요’

옥천요  이숙인 명인

예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분청사기는 고려말 청자에서 변모 발전해 조선 시대를 풍미한 도자기이다. 오래전부터 율동감 있고 활달한 모양의 분청사기는 관기보다는 민간 용기로 생산되어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예술품으로 인정받는다. 
분청사기의 무늬는 활달하고 민예적인 것이 특색이다. 특히 무늬의 재구성과 추상적인 변형은 조선시대 도공(陶工)들의 예술적인 탁월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옥천요는 흙 내 담긴 장작가마에서만 자기를 빚어낸다. 옥천요을 탄생시킨 이숙인 명인을 만나 그의 자기 인생을 들어보았다. 

취재 박재진 기자

충남 옥천하면 시인 정지용이 떠오른다. 그의 시 <향수>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 대중가요로도 널리 알려졌다. 옥천이 문화적 지역임을 알리는 데 있어 정지용 시인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옥천요의 이숙인 명인도 놓쳐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숙인 명인은 향토 예술인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기 수준을 높인 대형 작가이자 예술가로 한국 자기의 고유함과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문경요 천한봉 선생의 여자 제자 1호가 되다
옥천요의 이숙인 명인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무엇이듯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것이 탄생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도예만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오기가 작동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도예에만 매달렸다. 그 투지와 도전 정신에 도자명장 이자 인간문화재인 문경요의 천한봉 선생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이숙인 명인은 결국 그의 여자 제자 1호가 되었다. 여자 제자를 받아주기 힘든 풍토 속에서 그는 당당히 그의 제자가 된 것이다. 
대학 교과서와 EBS 교재에도 소개될 정도로 아름답고 담박한 옥천요는 자연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자연의 여러 테마들이 갖고 있는 문양과 색깔들을 그의 자기 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그런 그의 특색은 특허와 의장 등록을 9건이나 성사시켰다. 연잎 다기 관련 의장등록 총 6건 등록, 다기상 관련 디자인 등록 1건 출원, 유골함 관련 특허 등록 1건 출원을 했다.
그는 생활예술적 가치를 추구한다. 혹은 전시장 속 유리 안에 갇혀 감상용에만 머무르는 예술을 벗어나 생활 속에서 함께 인간과 함께 숨 쉬며 같은 공간 안에서 교류하는 예술을 지향한다. 예술이란 우리 ‘현실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생활 속에서 구현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고귀하게 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옥천요는 전통가마만 고집한다. 공장형 가마에서 나오지 않는다. 흙으로 만든 전통가마에서 장작으로 구워낸다. 우리나라의 흙과 유약, 나무만을 고집하고 있다. 흙을 선별하고 반죽하고 다지고 불을 피우고 자기를 굽는 일렬의 모든 과정 속에 그는 있다.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만들어 숨결을 불어놓는 신묘막측한 창조자처럼.

불(火)에서 겸손함을 배우다
전통가마에서 각기 다른 상황과 변수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작품이 없다. 언뜻 보기에 모양이 비슷할지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제각각 그 특성과 아름다움과 빛깔을 갖추고 있다. 최고의 흙으로 빚고 혼을 담은 정성으로 만들어 낸 옥천요, 그러면서도 조선 자기의 절제미를 잊지 않았다. 화려함이 아닌 단아함으로, 복잡함이 아닌 단순함으로 우리 곁에 온 옥천요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까.
이숙인 명인은 자기를 빚으면서 겸손을 배운다고 한다. 흙으로 자신이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구현해 내지만 결국 자기를 단단하게 하고 힘 있게 하는 불 속의 과정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자기 영역을 벗어난 것이 있음을 배웠다고 한다. 불은 자기 힘으로 제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결국 좋은 작품은 예술가의 최선이 있어야 하고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맹자의 말씀을 그래서 그는 좋아한다.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시간이 바로 가마가 구워지는 시간일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귀한 내 새끼
어미는 새끼를 낳는다. 오랜 산고를 겪고 태어난 금쪽같은 내 새끼. 어미는 그 새끼를 위해 온 사랑을 준다. 배속에서 사랑으로 품고 있다고 고통 가운데 이 세상에 나온 새끼. 자기가 이 명인에게 그렇다.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잘 나왔던 못 나왔던 내 새끼들이다. 어미 같은 애착으로 이 대표는 그가 만들어 낸 작품을 바라본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하나의 포커스로 간다. 오로지 작품만 생각한다. 그때는 세상 일에도 무관심해진다. 세상에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오로지 작품만 생각한다. 그렇게 이 세상에 나온 작품이니 어찌 나온들 애착이 가지 않겠는가.
그는 거의 해마다 전시회를 열었다. 서울예술의 전당, 통인화랑, 미국 뉴저지, 뉴욕, 일본 교토, 중국 경덕진 등등. 국내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도 전시회를 꾸준히 열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3년~ 2014년에도 연이어 전시회를 열어 사랑으로 빚어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이 자기들이 이 세상에 나온 존재의 의미다. 그러나 올해는 아쉽게도 전시회 계획이 없단다. 현실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회도 잠시 유보다.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외국 명품 도자기만을 최고의 여기는 풍조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모르고 맹목적으로 외국 것에 대한 지향이 우리 예술가들을 힘 빠지게 한다고 말한다.  
이 명인은 국가 차원에서 도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것을 지켜나가지 못하면 한류의 의미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는 풍조 속에 세계를 감탄하게 할 예술이 나온다고 그는 믿는다. 우리 것에 바탕을 둔 문화 예술이야 말로 진정한 한류라고 그는 보고 있는 것이다.

작품 문의 및 관람 문의 옥천요 043-731-3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