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더 이상 개성공단을 볼모잡지 말라
남북협약을 지켜나가야 신뢰 회복할 수 있어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민족화해와 경제협력을 통해 상생을 구현하는 무대로 기대되었다.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 노동력이 결합한 사업장에서 이뤄진 누계 생산액만도 26억달러에 달한다.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경제협력에 더없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런 개성공단이 북측의 무리한 요구로 어려움이 되고 있다. 남북 관계에도 당연히 난기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글 박재진

경의선, 동해선 연결사업과 함께 남북관계의 상징성으로 진행되던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이었다.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합의한 이 사업은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북한으로부터 토지를 50년간 임차해 공장구역으로 건설하고 국내외 기업에 분양해 관리하기로 했다. 북측은 2002년 11월 남측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을 위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 공포하였고, 2003년 6월 30일 현지 1단계지구(100만평)에서 남북의 정치·경제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렸다. 이후 2004년 12월에는 남측의 자본, 기술과 북측의 노동력이 합쳐져 남북합작품 1호를 선보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리빙아트가 냄비, 프라이팬 등의 시제품은 인기리에 남한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도 했다.
남북 대화와 평화 정착에 물꼬 역할을 했던 개성 공단이 이제는 번번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며 골치 아픈 논쟁을 만들어 내는 곳이 되었다.
계속되는 북측의 개성공단 볼모작전
이번의 문제는 북측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 통보다. 북한이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근로자 임금을 이달부터 올려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관련 일부 조항을 개정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월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올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공단 근로자 임금은 매년 8월 남북 합의로 결정하며 그 상한선은 5%로 한다는 게 기존의 남북 합의다. 북측 결정과 통보는 이런 합의를 깬 처사로 신뢰를 깨는 일이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공단 출근길 보수, 낡은 상수도관 관리, 토지사용료 부과 협의 등을 요청했다. 공단을 볼모로 삼고 각종 요구사항을 끝없이 내놓고 있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가장 힘겨워 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태가 좀처럼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은 지난 18일 개성공단을 찾아 북측의 잇단 일방적 조치에 우려를 전달하고 당국한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공식 건의문 접수를 거부했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의 대화 창구나 협상 여지를 닫아버린 것이다. 
무리한 북측 요구, 정부 단호하게 대처해야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북한의 임금 인상 요구를 기업들이 수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사업이 일정 기간 중지될 경우까지 대비해 경협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개성공단 문제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은 개성공단에서 북측의 지나친 요구에 시달려 왔다는 기업들의 불만과 공단 운영에서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북한이 요구한 인상안은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규정 개정을 계기로 향후 북한이 더 큰 금액을 일방적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장 기업들에 북한 당국이 임금 체불 발생 시 이자를 부과하는 등 각종 벌금을 받아가는 부당한 현장 요구가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부당한 요구를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북한도 공단 운영상 각종 제도개선은 남북 당국 간 협의로 이뤄진다는 기존 약속을 지킨다는 의지로 화답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북측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방적 임금인상 요구는 개성공단 국제화에 걸림돌
개성공단은 남북한 화해협력의 상징이다.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누계 생산액으로 따져 26억 달러의 성과를 올렸다. 남한에서 진출한 124개 중소기업에서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경제협력에 더없이 좋은 모델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북의 일방적인 임금인상(노동규정 개정) 통보는 남북이 공단을 공동으로 운영키로 합의한 법규 위반이다. 임금과 관련한 북의 일방 통보는 공단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의 원칙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상식에 벗어난 요구를 끊임없이 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북의 엉뚱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부에 전폭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 요청에 따라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종전대로 지급할 경우 북측이 기업들을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럴수록 정부와 기업은 한마음으로 협력해 북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찾아 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북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북에 막대한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 공단의 성패는 안정성에 달려 있다. 안정성이야 말로 개성공단이 국제화될 수 있는 기회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야 말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개성공단이 경제의 힘으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는 거룩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