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같은 음악

인디안 속담에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 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친구란 동반자이기도 하고 또 우리들 인생에 있어 없어선 않 될 존재란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전시 시대엔 친구를 위해 대신 총을 맞아 죽는 사람도 있구,
또 전시시대가 아니더라도, 위급한 상황일 때 친구를 위해 대신 죽는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 경우가 있곤 하다.
비록 내가 친구를 위해 대신 죽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경우의 뉴스나 기사를 접할 땐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고 숙연해 지는 이유는 삭막한 인심이 판치는 세상에 따스한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존경받는 훌륭한 위인들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훌륭한 사람들이라 그래서 나는 평하고 싶다.

1882년 요한 슈트라우스가 만든 봄의 왈츠란 곡이 있는데, 새가 종알대는 듯 퓰릇의 소리가 노래조를 이루고 거기에 화답하듯 하프의 해조는 생명이 일어나는 듯 봄을 상기는 아주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곡으로, 빈 왈츠의 형식보다는 론도형식에 바탕을 둔 곡으로 슈트라우스 만년의 걸작이라는 최고의 평을 받는다.
이 곡은 콜로라토라 소프라노가 부르기도 하는데, 기량을 맘껏 뽐낼만한 카덴짜를 사용하기도 하는 가창왈츠이다.

이와 반대로 강렬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1913년 스트라빈스키(Stravinsky)가 만든 봄의 제전이란 발레곡은 요한 스트라우스가 만든 봄의 왈츠란 곡과는 전혀 상반되어지는 곳으로 봄의 이방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젊은 여인을 바친다. 라는 주제로 만든 곡인데 처음 서두부터 음산하고 어둡고 또 곡을 듣는 순간에도 사람의 마음을 몇 번이나 들었다 내려놓는 곡으로 처음 초연 땐 곡의 음산한 분위기와 또 발레 하면 내려왔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되어지는 원시적이고 토속적인 분위기 등으로 초연 당시 많은 관객들이 공연도중 극장을 빠져 나오기도 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스트라빈스키는 리듬의 해방을 맛보며 그의 음악 세계뿐만이 아니고 음악의 평에 있어서도 매우 자유로우며 실험정신이 깃든 작품이라 평할수 있다.

같은 봄을 다룬 작품이지만 한곡은 생명을 느끼게 해주고, 또 한곡은 죽음을 다룬 전혀 상반되어지는 곡이지만, 대비 되어지는 이 두 가지의 작품에서 느끼듯 삶을 살아감에 있어 때론 죽음의 고비와 같은 위험의 골짜기 순간을 걸을 때도 그와 같은 심리를 표현해주는 곡이 있어 사람들은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또 반대로 어렵고 힘든 삶의 순간에서도 봄의 왈츠에서 표현하는 악기의 조화로운 어울림처럼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용기를 내어 상처나 아픔등의 두려움을 떨쳐내면서 사랑하면서 길을 걷는지도 모르겠다. 란 생각을 했다.

작품을 연구하고 다루면서 음악이란, 멀리 가야할 인생의 큰 물줄기 안에서 힘들지 않게 사람들이 걸어 갈수 있도록 친구와 같은 또 연인 같은 도구도 되어주기도 하고, 또 큰 슬픔을 당해 절망과 낙심가운에서 사람들에겐 내 짐을 대신 져주는 친구와도 같은 위로자와 격려자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에 신이 외롭지 않게 살아가라 주신 선물 같아 감사한 마음 마져 든다.

거리를 걷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언제고 들으면 행복해지고 또 때론 눈물도 나게 하는 감동스런 친구 같은 음악.
또 힘든 일상 가운데 내가 살아 숨 쉬는 사람 맞구나? 란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
저 마다의 아름다운 색깔을 들어내며 살포시 미소 지으며 꽃향기를 발하여 주는 봄의 계절에 소중하고 보고픈 친구를 그리듯 다시 음악이 주는 위대함을 재발견해 본다.
그리고 소중한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듯 음악의 향기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