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의 재테크 칼럼>

지름신 피하는 방법

지름신의 유혹을 비껴가기가 힘들다. 각종 가사와 육아, 자신의 일까지 감당하는 여성들에게 지름신은 스트레스의 탈출구요, 남편을 향한 선전 포고요,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일탈이다. 그러나 지름신 강림의 기쁨은 잠깐이고 아픔은 오래간다. 대부분은 지름신 강림으로 거센 후폭풍을 맞는다. 어떤 여성은 한 달 수입의 절반이나 하는 가방을 구입한 뒤 한 달 내내 점심으로 삼각 김밥을 먹었다고 한다.

좀 크게 지른 고객도 있다. 남편과 크게 다투고 남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덜컥 사 버렸다. 말인즉슨 혹시 갈라서게 되면 오피스텔에 들어가려고 그런 대범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입했던 오피스텔을 처분하기까지 취득세 등을 비롯한 부수 비용으로 수백만 원이 깨졌다는 가슴 아픈 고백을 하기도 했다. 가정경제의 주체인 엄마가 조심할 부분이 지름신의 유혹이다. 
소비 체질을 개선하려면 가장 먼저 자신이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경제에 문제가 있는 가정을 보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문자 서비스가 편리하게 알려 주지만 그것조차 확인하지 않는다.
한 주부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가계부에 붙여 놓는 일에 철저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과소비를 했고 남편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영수증을 모아 놓고 가계부를 쓸 정도면 살림을 잘할 것 같았는데 의아했다.
가계부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영수증을 모아 놓는 것이 습관이고 쓴 항목을 가계부에 정리했으나 수입과 지출을 맞춰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계부가 아닌 금전출납부 수준이 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가계부는 그저 다이어리 꾸미기와 같은 취미 활동인 셈이다.
물론 꼼꼼하게 가계부를 정리하며 가정경제를 효율적으로 꾸려 가는 이들이 많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렸기 때문에 가계부를 직접 쓰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통장 관리만으로도 돈이 들고 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어쨌든 여러 도구와 장치들을 통해 지출의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어디에 얼마의 돈을 쓰고 있는지, 그 돈을 줄일 수는 없는지,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었는지 따져 보는 데서 소비 체질이 변할 수 있다.
또한, 생각을 몇 단계 거친 후에 소비하는 습관을 들여 보자. 좋은물건을 만났을 때 7초 동안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카드 회사 광고 카피가 있다. 그러나 소비 습관을 개선하는 데 있어 7초는 너무 짧다. 7초가 아니라 7번을 생각해도 부족하다. 적어도 며칠 동안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 번 더 생각하면 좀 더 싼 가격을 만날 수 있고, 두 번 더 생각하면 싸고 좋은 제품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번 생각하면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소비를 결정하는 데까지 생각의 단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필자 역시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에 소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수입도 괜찮았고 앞으로 더 벌 수 있을 거란 자신감 때문에 앞날의 대한 준비를 크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무 상담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그간의 소비 습관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 얼마나 자만해 있었는지, 얼마나 무분별한 소비를 했는지 깨달은 뒤로는 작은 것 하나 사는 데에도 며칠 동안 고민하고 결정한다. 대신 뭔가 사야 할 것을 결정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위해 따로 돈을 모아 구입하도록 했다.
아무리 계획한 소비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 몇 번씩 생각하는 단계를 나름 정했다. 아파트로 이사하고 난 뒤 에어컨 없이 지내다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어서야 에어컨을 사기로 했다. 결정하기까지 꼭 필요한 물건인지 열 번도 넘게 생각하고 남편과 의논했다. 에어콘을 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땐 바로 행동에 옮겼다. 성능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기에 각 브랜드 별 전자 대리점부터 할인 마트까지 대여섯 차례 다니고 여러 인터넷사이트를 찾아 제품과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가격이 괜찮아도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았다. 섣불리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 뒤 집으로 돌아와 그간 얻은 정보를 종합한 후,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제품으로 결정하고 구입했다. 이런 소비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발은 고달파도 통장에는 돈이 쌓여 갔다. 소비 체질은 한 번에 바꿀 수 없다. 특히 지름신의 공격은 무차별적이기에 소비 환경을 차단하기 위한 방화벽을 세워야 한다. 다음은 그 방화벽이 되는 소비를 결정하기까지 거쳐야 할 단계다.

소비를 결정하기까지 거쳐야 할 다섯 단계
1. 제품이 왜 필요한지 생각한다.
2. 제품이 없어도 되는 이유를 생각한다.
3. 필요한 이유가 더 많다면, 그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한다.
4. 마음에 들었다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는다.
5. 적어도 세 번 이상 고민한다. 그 자리에서 결제하지 않는다. 특히 카드결제는 금물! (계좌 이체 등의 방법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