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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김 원
기다림으로 출발하는 거다
만남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거다
성스럽게 고요한 어느 포구이듯
촛등 아래 희미한 불빛이라도
가슴 단정히 여미이며
기다림으로 소망스러워지는 거다
오래된 만남이 되어진다 해도
다시 기쁨으로 돌아오고야 마는거다
은빛 물결 가르며
아침의 바다로 떠나가는 거다
그리움과 싱싱한 고기떼
한가득 싣고 금빛 파도 헤치며
풍요의 배로 돌아오고야 마는거다
다시 기다림의 용기로 출발하는 거다
다시 사랑스런 만남을 위하여
돌아오고야 마는거다
낙원이라는 가족의 꿈은
깨어지지 않는다
그토록 아름답고야 마는거다
그토록 성스럽고야 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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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수 없는 사랑
김 원
희망의 나라에는 촌수란 없다
알맞은 때에 알맞게 사랑하라고
하늘은 아름다운 촌수를 만드셨다
하늘의 뜻에 따라 사람들도
아름다운 촌수를 똑같이 만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억년 지나도록
영원한 사랑의 관계를 만들었다
하늘과 사람들이 촌수를 만들었기에
하늘과 사람들은 촌수를 버릴수도있다
아름답게 촌수를 잊는다는 것이
알맞은 사람과 필요악의 사람까지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꿈같은 일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촌수의 관계를 훌쩍 넘어선
사랑의 나라에는 촌수란 없다
눈부신 꽃밭의 꽃들이
알맞게 서로가 어울리고
알맞게 서로가 위로를 하고
알맞게 서로를 치켜세우는
저 촌수 없는 사랑들을
맑은 가슴으로 바라보라
꽃들의 세상에는 촌수란 없다
사람의 세상에도 촌수란 없다
꽃들도 하나이고 사람도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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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김 원
반쯤의 하늘
반쯤의 땅 위에
전신의 거적을
한 그루 나무로 묻고
낙과의 열매처럼 스러진
불꽃같은 생의 순간을
물고기와 꽃잎 그려진
하얀 백지의 둥근 연으로
훨훨 날려버릴 수 있는 사람
오월 세상 끝없이 헤이던
길 찾는 고운 초립동에게
제 숨결 제 못난 가슴
후련히 도려내어
한 웅쿰 포근한 빛으로
건넬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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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어느 날
김 원
나무 그늘 아래
풀잎처럼 홀로 앉아
하늘을 바라 보았습니다
작은 새가 침묵의 점으로
그곳을 날고 있습니다
내 맘속 흐르는
꿈틀거리는 샛강을 떠올리며
슬프게 아름다웠던 기억의 조각들을
저 만치 흘러 보내기도 했습니다
빛과 함께 재잘되는
푸른잎들의 눈부심과 뒤썩이어
시간의 언덕을 한참이나 걸었지요
누군가 바람의 뒷 편 쪽에서
연둣빛 찰랑이는 오월의 노래를
목신의 인형처럼 부르고 있습니다
늙고 휘어진 나의 귓밥을
술래하듯 맴돌며 말이지요
아카시아 꽃잎들은 하염없이
추락의 제전 위에 기쁨의 몸을 날리고
실타래로 하얗게 풀려진
희끗 희끗한 내 생의 이력은
맑게도 피어나던 내 어미의 자궁속으로
자꾸만 자꾸만 회귀하자고
조용히 떼를 쓰기도 했지요
노을빛 화관 쓴 어린 물고기들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포물의 허공을
시원스레 가르기도 했습니다
끝 없이 푸르고 푸르어
두 눈 감지 못하는
거대하게 팽창하는 지상의 비밀
뉘 몰래 눈시울 훔치는
황홀한 오월의 순간 이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