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딸기
김 원
어쩌면 그렇게
호젓한 곳에 있느냐
풀빛물과 작은 돌 곁에 두고
팽팽한 소박의 존재로
어쩌면 그렇게
익어만 가고 있느냐
산기슭 아래
여름철은 돌아와
벌겋게 터지는 소리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
미소의 나라
김 원
가만히 있는 것도
웃는 것이라고 했다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웃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울고 있는 것은
기쁨이 넘쳐 흐르어서
웃는 것이라고 했다
울고 웃는 것은 여지없이
동일한 기쁨이라고 했다
무표정한 모습도
깊은 미소일 것이라고 했다
우울한 모습까지
잔잔한 미소일거라고 했다
가만히 서 있는 꽃들이
그걸 안다고 했다
소리 없이 흐르는 그 강물이
그걸 안다고 했다
미소의 나라에는
네가 내게 줄
슬픔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내가 네게 줄
커다란 아픔도 없다고 했다
****************************************************
욕망의 덫들
김 원
푸른 평원을 달리는
저 초식동물들의 근육을 바라보라
거친 물살 가르어 헤엄치는
반짝이는 은빛 치어들의
팔팔한 율동을 떠 올려보라
바람 길에 알몸을 띄운
작은 새들의 자유를 느끼어도 보라
풀잎처럼 고요히 박동하는 호흡들
그것은 경이롭게 살아가는
순전한 집합체의 아름다움 일 것이리
죄 없는 몸뚱아리의 신명난 유희
저 아닌 것들의 꿈과 평화를 위해
힘겨운 섭생의 벽과 한계를
어둠 속 등불을 켠 듯
넉넉히 넘어서고 있지 아니한가
거룩한 타인들의 뜨거운 열정
시원스레 흘러가는 시간의 초침 소리
빛나는 소망의 사랑스런 열매들
그 모습 그 소박 가차없이 꺽으려 하는
유일하게 "인간" 이라 불리어지는
섬찟하게 직립한 검붉은 꽃들의 군상
너를 뒤로 하고 내가 앞 서야 하는
너를 밟고 반드시 내가 이겨야 하는
허울 좋게 포장된 세기말의 환상이여
붉으스레 충혈된 서글픈 욕망의 덫들이여
*****************************************************
똥과 밥
김 원
생리적으로 똥과 밥은 하나이다
포괄적으로 밥과 똥도 하나이다
썩을 줄 아는 밥의 사랑은
썩어버리고 마는 똥의 순교와도 일치한다
그러므로 똥과 밥은 거룩한 어머니다
밥과 똥도 거룩한 천사이다
똥과 밥은 거룩한 생명이다
밥과 똥도 거룩한 우주이다
그러므로 똥과 밥은 위대한 능력이다
밥과 똥도 위대한 소망이다
똥과 밥은 위대한 결단이다
밥과 똥도 위대한 용기이다
썩어져야 할 아름다운 경우를
거룩한 똥과 거룩한 밥은 안다
새로워져야 할 아름다운 순간을
위대한 밥과 위대한 똥도 안다
밥알은 새로운 똥이 되기 위하여
그 아래쪽의 세상을 향해야 하고
똥들은 새로운 밥이 되기 위하여
그 아래의 그 아래쪽의 세상을 향해야 한다
밥알이 들어가고 구수한 똥이 나온다
구수한 똥은 한 번을 더 썩어서
새파란 싹을 땅 위에 틔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