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지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장현식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최근에 발생한 두 차례의 네팔 대지진으로 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하였거나 다쳤으며, 네팔 전체 주택의 10%가 완전히 붕괴되거나 파괴되었다고 네팔 국립응급센터가 발표하였다. 이렇게 최빈국의 나라에 신도 무심하시지 최악의 자연재해도 동시에 내려 주었을까 라는 원망이 앞서지만 그래도 인간의 위대성은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자신들의 노력과 다른 사람들의 협력과 격려라 할 수 있다. 
  필자는 2010년 아이티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우리 구호대를 만나 격려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국제공항이 파괴되어 할 수 없이 바로 옆 국가인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8시간을 육로로 아이티 현장을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가는데 소요되는 지루한 시간보다 더욱 필자를 힘들게 만든 것은 바로 양 국가가 보여주는 극명한 차이였다. 같은 섬의 2/3을 도미니카 공화국이 그리고 나머지 1/3을 아이티가 차지하고 있지만 두 나라를 비교하면 천당과 지옥이라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티는 지난 50년 간 정치지도자를 잘 못 만나 잘 사는 국가에서 최빈곤 국가로 전락하였고 청년 80%가 일을 하지 못해 거리를 방황하는 최악의 국가가 되었다. 필자는 당시 방문을 떠올릴 때마다 포르토프랭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나를 더욱 실망하게 만든 점은 아이티 정부가 수없이 밀려오는 긴급구호에 대한 총괄조정력이 없어 필요한 물품이나 시설이 적시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수술한 번 받지 못하고 죽어 갔다는 것이다.  
  이번 네팔지진 사태를 보면서 외신들은 두 가지 상반된 관찰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먼저 엄청난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집을 잃고 방황하는 네팔사람들이 매우 질서정연하게 이번 사태에 대처하고 있으며, 몇 사람의 경찰력으로 모든 상황이 잘 통제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많은 구호물품이 제대로 통관 못해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그대로 방치된 채 적재되어 있어 실제로 필요한 난민들에게 적시에 물품이 배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이었다. 
  과연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누가 효율적으로 해외에서 밀려오는 긴급구호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시스템화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해당 정부가 그와 같은 능력이 없다면 이와 같은 역할을 어떤 조직이 맡을 것인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이티 지진사태와 유사한 점을 발견하여 긴급구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네팔정부가 당연히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네팔정부는 모든 긴급구호를 제공하는 국가들과 함께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고 업무를 분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때 당연히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OCHA)이나 UNDP 네팔사무소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네팔 정부가 그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하지만 UN을 포함하여 외국 원조기관이 처음부터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면 앞뒤가 바뀌더라도 한참 바뀐 것이다. 
  둘째, 긴급구호는 일반적으로 사태 발생 후 2주간을 긴급구호, 그리고 2주에서 6개월까지를 재활기간, 마지막으로 6개월에서 2년간을 재건기간이라 정하고 각 단계별 대응전략이 다르게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태 발생 후 첫 2주간 생존자를 적시에 찾아내지 못하면 첫 단계가 효과가 커지 않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 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네팔지진 사태는 첫 단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세째, 외국에서 몰려오는 구호단체들 간의 업무조정도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개발 NGO들은 자신들의 활약상을 자신들의 후원자들에게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장소를 자신들의 임무지역으로 정하고 다른 단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을 필자가 아이티 지진사태 시 목격하였다. 그렇다 보니 늦게 참여한 단체는 어떤 장소에서 자신들의 업무를 해야 할 지도 모른 체 맡은 임무가 종료되기도 한다. 이때 당연히 네팔 정부에서 처음부터 모든 구호대를 입국 시 부터 총괄조정회의에 참석케 만들어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할 장소와 행정적으로 도움을 어떻게 받을 지 먼저 인지하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였으면 더욱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네팔 지진사태를 보면서 예전 아이티 지진사태가 연상되어 계속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개발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좀 더 긴급구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하루 빨리 네팔 지진사태가  극복되기를 바란다. 

<코이카에서 설립한 한네팔 친선병원인데 동 병원에서 이번 지진 사태 시 우리나라의 긴급구호대가 가서 환자를 치료한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