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김 원

이렇게 옹이진
둥근 열매의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뾰족치도 날카롭지도 않은
넉넉한 애증의 겸허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달콤함과 붉은 속살의 눈물이
온통 뒤엉켜 익어버린
둥실한 네 가슴 앞에서
이 한 여름의 순간을
서글피 저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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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는 시계

                                                      김 원

사랑을
터득한 것이다
욕망의 쓰레기는
뒷편의 고운 바람소리에
던져 버렸다
아름다운 내면의 마음까지
그대 위해
온전히 태워버린 것이다
언제인가 기쁨으로 다시 만날
눈물어린 순간을 그리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침묵의 강을 초침으로 노저어
건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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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멈추지 않는다

                                                 김 원

웃음 흘리는
꽃잎 따물은 거리의 성녀도
동전잎에 몸 실은
세상의 모든 것들도
그렇게 애를 태웠을 것이리
아마도
내 생의 달력 위에
이별이란 서글픈 강물은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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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처마끝

                                                   김 원

그곳은
위대한 생존의 중간지대
모든 것을 흔쾌히 받아
거리낌없이
모든 것을 떨구어준다
평수 없는 손바닥
굵은 장대비 흐르게 하고
지독한 바람받아
흩어지게 했다
그곳은
위대한 거룩의 완충지대
장중한 계절의 온갖 타령을
슬며시 슬며시
하나의 선으로
하나의 흰 치아로
다스려 주었다
그곳은
물과 빛과 존재의 열매가
달려있는 곳
그리곤 후회없이 사라지는 곳
부드러움을 알고
사랑의 때를 알고
버려야할 것을 알고
받아야할 것을 안다
아름다운 세상을 이해하며
진지하게 모든 걸 받아들였다
그곳은 
힘써 매어 달릴 수 없는곳
부자연스럽게 안주할 수 없는 곳
처마끝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비오는 날의 처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