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우리동네 아저씨 ~~

김석중 화백

‘그림 그리는, 평범한 동네아저씨’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김석중 화백은 솔직히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작가단체 중 입회가 지극히 까다로운 구상전에 31세의 나이에 회원으로 등극했으며, 삼십대에 이미 초대작가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 일본, 북경, 터키 등에서 38회 개인전과 다채로운 단체전 및 초대전 출품 경력도 화려하다. 특히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수로 분한 배우 조인성이 작품 속에서 직접 그린 것으로 조명받은 나무 그림의 원작 화가로 대중에게 눈도장도 단단히 찍혔다. 이와 같은 비범한 이력이지만 김석중 화백의 발걸음은 사람들과 내밀한 소통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의 평범한 소망과 맞물려있다. 

-편하게, 가깝게 소통하기 

화려한 색채와 파괴적 조형미가 담긴 인상적인 작품세계를 펼치는 김석중 화백이지만 작품을 통해 사람을 만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소탈하다. 서울아산병원 로비에 갤러리를 만들어 누구에게나 열린 문턱없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드라마나 영화에 작품 협찬 부탁이 와도 흔쾌히 응한다. 김석중 화백은 한류를 타고 국외에 국내 작가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심 있다. 국내에서 아트페어를 하면 해외작가의 작품은 70%, 국내 작가의 작품은 30%의 비중으로 판매되는 현실에 대해 김석중 화백은 “중국은 자국 작가의 작품을 최고로 치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열어놓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작가들을 홀대하는 경향이 높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국내 작가와 작품을 경원(敬遠)하는 풍토는 비단 대중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내노라하는 전시관마다 1층은 외국 화가의 작품으로 도배되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아예 선보일 여지도 없다. 국가적 지원과 관심도 낮아 국내 작가들의 설 자리도 점차 줄어들고 창작의욕도 낮아지는 추세이다. 이에 관련해서 김석중 화백은 “국가적 관심은 물론이고 미술품 수장가들도 국내 작품 발굴과 소장에 열정이 필요하다”며 덧붙여 “미술작품의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작품 구매에 있어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화랑 임대료가 비싸 대중과 만나기 힘든 작가들을 위한 열린 전시공간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기획과 변화에 머리와 가슴을 늘 열어놓는 김석중 화백은 대중들과의 접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두려움이 없다. 권위적인 가르침이 아닌 스토리 중심의 작품 설명으로 관객과의 소통지수를 높이고 ‘범접하기 힘든 예술작품’이라는 인식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온라인 작품 판매부터 환경엑스포 아트페어 본부장 역임, 월드미스유니버스티 세계조직위원회 및 심사위원 등의 활동도 대중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3회, 구상전 공모전 연3회 특선 및 신한상 수상, SEAF 작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과 경기대학교, 한남대학교 교수 역임 그리고 한국 미술협회 청년분과 위원장부터 국제미술교류협회 이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등 국내 화단에서 관록있는 위치의 중년작가이지만 김석중 화백은 특유의 유연성과 실리성을 바탕으로 삶의 궤적을 한층 넓혀나가고 있다. 김석중 화백에게 그림은 순수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도구이기에 대중들도 동일한 기쁨을 누리기 원하는 일차적인 소망이 있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다

서양화가 김석중 화백은 우리 고유의 발묵법을 형성화해 드리핑기법을 상용한다. 드리핑은 물감을 캔버스에 부어서 작품을 형성하는 기법이다. 물과 혼합된 물감이 캔버스에 부어지면 70퍼센트 정도는 김석중 화백에 예상치에 따라, 30퍼센트는 우연성에 인해 작품이 완성된다. 물감과 물감이 혼용되어 나오는 효과를 즐기는 김석중 화백은 마르기 전에 번지거나 마르면서 생기는 변화를 통한 우연적 결과를 반영해 작품을 완성한다. 색을 1차원적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고 한지 위에 처음 발랐던 색이 스며올라 올 수 있는 이중적 색의 표현을 포착한다.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색이 생성되는 것이다. 시계, 토기와 같은 사물에서 자연, 골프 같은 삶의 유희 그리고 지인과 가족 등 내밀한 주변인물을 김석중 화백은 작품에 담았다. 물고기, 꽃, 말 그리고 새 등 서정적이고 원시적인 기본 형상을 독특하게 재해석하는 <일상-생성>시리즈에 천착한다. 김석중 화백의 <일상-생성>은 삶에 대한 새로운 추구의 의지이다. 계획된 시작점을 끊고 들어간 후에는 자유로이 우연의 여정을 지나, 뜻밖의 사유를 즐기며 김석중 화백은 자신의 작품과 조우한다. 김석중 화백에게 자신의 작품이 힐링 그 자체이기에 관중에게도 그의 작품은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준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자유를 그의 작품에서 만끽할 수 있다. 

후학양성과 작업으로 분주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 김석중 화백은 평면 작업을 넘어서 재활용 소재와 신생 에너지를 활용한 조형물 작업에 창작열의를 쏟고 있다. 올해 예정된 홍콩과 싱가포르, 상해 전시에도 입체적 작품을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제와 다른 나를 직시하며 샘솟는 에너지로 또 다른 내일을 열어나가는 김석중 화백. 그의 발걸음에 자못 기대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