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철교수의 한일문화 칼럼-2> 

우리나라 언론의 일본 관련 보도내용 비평

최 재 철(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

6월호에 이어서....

2. 일본의 논저 적용의 내용과 방향

  우리나라 일간 신문 <ㅈ일보>>(2015.5.8.) [오피니언](A34면)의 <칼럼: “빵과 서커스”의 자살 코스>를 예로 들어, 일본의 논저를 적용하는 내용과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최근 우리나라의 대 일본 외교정책 비판과 일본의 우파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40년 전 실렸던 「일본의 자살」 이라는 논문 소개로 글 전체의 과반을 할애하고 있다. 전체 지면상 내용 소개가 좀 길다는 느낌이 든다. 요점은 로마제국의 쇠락 원인을 이기주의(빵/무상복지)와 포퓰리즘(서커스/대중영합)에 있다는 주장이며, ‘공무원연금개혁안’과 ‘무상복지’ 등이 국가 이익보다 집단 이익이 우선시되는 ‘빵과 서커스’의 전형이라고 주장한다. 
  이 글의 요지인 대중영합적인 외교나 정책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한 국가가 기개를 잃고 자체 모순으로 몰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해결 능력을 가져야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자체 모순을 지적한 지식인들의 경고가 담긴 논문을 ‘정독하고’ ‘무섭도록 절실하게 다가온다’면서, ‘지금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일본의 우경화가 아니다’ 라는 역설은 좀 지나친 것 같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호황기 이후의 불황(예컨대 최근 20여년의 경기 후퇴 등)을 예견하고 대비하도록 경고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자민당 정권은 각종 경기 부양책과 더불어 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대치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면서 ‘역사 수정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우리의 주장은 안중에 없는 듯, 근대 메이지(明治)유신 이래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국운 상승의 시기에 향수마저 갖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과거 일제는 결국 보수 우익의 군사 패권주의로 패망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자체 모순의 자정 능력을 갖자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일본 자민당 정권의 ‘우경화’도 문제인 것이다. 현재 많은 일본지식인들과 다수 시민들이 평화헌법 개정 등 ‘전후 체제’를 바꾸려는 자민당의 방침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 기사 표제어의 ‘자살’ 이라는 용어는 간접 인용이니까 표제에서만이라도 ‘몰락’ 정도로 표현해도 되지 않았을까 한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그 비율이 높은데다가 최근 세월호사건 등 분위기도 침체된 마당이다. 그리고 언론보도의 선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최근(5월7일) 야당의 원내대표에 출마한 한 후보가 ‘낙선되면 자살하겠다’고 까지 각오를 말한 것을 두고 각 언론 매체에서 지나치다고 비판 보도한 것이 바로 엊그제일이다.  

 3. 일본 이해의 본질과 우리의 관점, 과제 

  이번에는 일간 신문 <ㅈ일보>(2015.5.8.) [오피니언] (A35면) 논설 <‘태평양 국가’ 日本>을 예로 들어, 일본 이해의 본질과 우리의 관점,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같은 날 게재된 여러 일본 관련 기사 중에서 필자가 비교적 흥미 있게 읽은 글이다. 지난 5월 29일, 일본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 대외전략의 기조에 한국의 비중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도 뒤에 있음을 드러냈다고 평하고 있다. 또한 일본총리의 구미 언론 기고문 ‘일본의 두 번째 개국’에서 ‘일본은 더 이상 극동으로 생각지 않고 환태평양의 중심에 있다.’고 한 말을 들어, ‘동북아시아’ ‘한중일’ 이라는 표현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한국을 그렇게 홀대할 수 있을까하는 관점에서 이글은 기초한다. 그리고 <일본이 ‘아시아 국가’와 ‘태평양 국가’의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탈아시아 행보를 가속하며 ‘태평양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유대 강화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사과’할 생각이 없는, 그러한 ‘일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보다 냉철한 대일 관계를 구상해야 할 때’ 라는 것이 요지다.  
  이글의 내용 요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해할 수 있으나, 한 두어 가지 소감을 말하고자한다. 하나는, 일본은 이미 메이지시대 이래 ‘탈아입구(脫亞入毆;아시아를 벗어나 구미로 간다)’를 근대화의 슬로건으로 삼아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태평양 국가’라는 말은 새로울 게 없다고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오래된 일본론 「국화와 칼」에서 일본의 ‘천황’을 태평양 섬들의 ‘신성한 추장’과 같은 존재라고 한 부분을 인용하여 ‘태평양 국가’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하면서, 정작 일본의 오랜 역사서 「고사기(古事記)」나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명확히 기술되어 있는 북방계 ‘천손강림신화(天孫降臨神話)’ 속의 ‘한국(韓國)’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우선순위로 보나 형평성으로 보나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다.  
  또한, ‘사과나 사죄할 생각이 별로 없는 상대방에게 이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피차 괴로운 일’ 이라는 언급은 이해할만하고 ‘쿨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글쎄’ 라는 생각으로 독자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같은 날 기사 [종전 70주년 특집](A8면)’ 중, 폴란드 지성 부이스키 교수의 “日에 한국 우호세력 키워, 스스로 사과하게 하라”는 조언과 통하는 점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해 기자가 다시, ‘이런 화해법이 독일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소국인 폴란드의 자기 합리화 아닐까’ 라고 반문하고 있다. 물론 부이스키 교수의 진의인 지속적인 민간교류의 활성화로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고 서로 좋았던 시절의 역사를 반추하자는 데에 동의한다. 
  동아시아의 오랜 역사 문화 교류의 바탕위에서 대륙과 해양을 넘나드는 한반도의 세계사적 위상을 재점검하면서 보다 긴 호흡으로 한일 관계를 진취적으로 구축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본다. [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