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7

[ 한국의 커피역사 ]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최초로 접한 사람은 누구일까?!”

“1895년 아관파천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고종황제께서 처음 접함!”
이라고들 알고 있으나 역사적 문헌들을 근거로 그 상식이 뒤바뀌고 있다.

결론부터 짓자면, 한국에서 커피를 처음 접한 사람은 1895년 아관파천 시기의 고종황제가 아니며 그 이전부터 서방국과의 교역을 통해 상류계층에서 이미 유행하며 음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상류층들은 1883년 근대식 최초의 서양호텔인 인천 대불호텔을 통해서 서방국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서양문물이 유입되어 이미 커피를 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자.
을미사변, 갑오정변, 강화도조약, 일본의 메이지유신…
일본은 1860년대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의 길을 걸으며, 조선 정부와의 수동적 외교관계를 능동적으로 탈바꿈하며 강화도조약을 시발점으로 국권피탈에 이르기까지 식민주의적 침략의 행보를 시작한다.  조선의 종주국이었던 청국과의 일전에서 승리를 거두어 청국세력을 한반도에서 밀어내는데 성공하며, 갑오개혁으로 조선의 정치제도를 개혁하려는데 깊이 관여하게 되고, 명성황후 시해를 주도한 이후에는 한때 러시아 세력에 밀려나기도 하였으나, 이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한반도에서 정치,군사,경제상의 우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

못된 일본 침략의 역사는 이만 접어두고, 한국의 커피역사를 살펴보자.
1985년 아관파천을 단행한 고종황제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마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1884년부터 3년간 어의를 지낸 [알렌]의 기록을 보면 아관파천 이전에도 커피가 음용되고 있었음에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궁중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동안 궁중의 시종들은 거절하는데도 불구하고 잎담배와 샴페인, 사탕과 과자를 끝까지 후하게 권했다. (중략) 후에 그들은 자기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그 품목에 홍차와 커피를 추가했다.” H.N.Allen. [Things Korean],(1908)
또한 미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지인 [퍼시벌 로웰]은 1883년 약 3개월동안 조선에 체류하면서 당시 조선의 정치, 사회, 문화를 기록한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출판하였는데, 당시 1884년 1월 어느 추운 겨울날 조선 고위관리의 초대를 받아 한강변 별장으로 유람을 가게 되었는데  “우리는 다시 누대위로 올라 당시 조선의 최신 유행품이었던 커피를 마셨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여기서 ‘유행품’이라는 표현을 주의깊게 보면 아관파천 이전에도 이미 커피가 널리 음용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선교사 아펜젤러(Heny G. Appenzeller)의 선교단 보고서에는 1888년 인천에 위치한 대불 호텔을 통해 커피가 일반인들에게 판매되었음이 밝혀졌다. 유길준 또한 “서유견문(1895년 간행)”에서 커피가 중국을 통해 조선에 소개되었다고 언급하였으며, 이는 고종황제께서 커피를 마시기 수년 전부터 대중들도 이미 커피를 접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에는 커피를 ‘가배차(珂?茶), 가비차(加比茶) 또는 양탕(洋湯)이라고 불렀으며, 양탕국은 커피의 색이 검고 쓴맛이 나는 것이 마치 한약 탕국과 같다고 하며 일반 민가에서 불렸던 이름이다.

고종황제, 커피 때문에, 커피사랑 때문에..

왕조가 기울어 가는 세월 속에 러시아어 통변인 김홍륙은 타고난 야생적 감각으로 고종황제의 총애와 러시아 공사 위베르의 신임을 얻어 벼락출세를 한다. 그러나 권력을 남용하고 의도적으로 통역을 오역했다는 죄목과 근본을 뛰어넘는 탐욕으로 인해 고종황제는 태형 100대에 흑산도로 종신귀양을 보낸다. 이에 김흥륙은 궁중요리를 전담한 심복 공홍식에게 커피에 독을 타 고종과 세자 독살을 지령했지만, 평시 커피를 마시기 전 커피의 향을 음미한 후 마시는 고종황제는 커피가 평시와 다름을 눈치채고 내뱉었으나, 세자는 단숨에 마셔버려 평생을 불구로 살았다. 이에 고종황제는 김흥륙을 처형한다.

정관헌은 고종황제께서 커피를 즐기시던 곳 이었나??

러시아 공관생활을 마친 고종황제께서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경복궁으로 향하지 않고 덕수궁으로 향한다. 기존까지 알려진 것 처럼 커피애호가 이셨던 고종황제께서 근대식 건물인 정관헌을 지어 커피를 즐기고 외교사절들과 연회를 즐겼을까?!
정관헌(靜觀軒)은 함녕전(보물 제820호. 고종황제의 침전으로 사용되던 건물) 뒤편의 화계를 정원 삼아 위치한 건물이다. 이름 그대로 덕수궁 일대를 ’조용히 내려다 보고(靜觀)’있는 셈이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서양식 건축양식에 전통적인 의장(儀裝)이 절충된 외관이라 할 수 있다
정관헌은 러시아 건축기사인 사바틴(Sabatine)이 설계한 건물이며, 사바틴은 을미사변 당시 경복궁에 머물던 중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목격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사람들은 이 정관헌의 용도를 두고 많은 해석을 한다.
커피를 사랑하셨던 고종황제께서 커피를 즐기며 외교사절을 맞이하였다는 의견과, 역대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지냈던 신성한 곳이라는 의견이 있다.
본 필자는 위의 두 가지 의견이 모두 옳다고 보며 근거는 아래와 같다.
“정관헌은 광무4년(1900) 경운궁 선원전의 화재로 태조의 영정을 이곳에 잠시 봉안하면서 경운당(慶運堂)이란 명칭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1906년 흠문각(欽文閣)에서 고종의 어진(御眞)과 계명재(繼明齊)에서 순종의 어진을 잠시 이 건물에 봉안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한때 덕수궁을 찾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차와 음료를 팔던 ’카페’로 운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

역사적 문헌을 근거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 마다, 비운의 군주 고종황제와 달콤하면서도 쓰디쓴 커피와의 만남은 많은 드라마틱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