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따로, 행동 따로...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완강한 발언은 무용지물? 8.15 사면을 놓고 벌이는 정치행각의 이모저모 
 
박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업격히 제한하겠다는 말을 놓고 8.15 광복절을 준비하며 박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법치주의에 입각한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면죄부식 사면권 행사를 극도로 자제해 왔다.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터졌을 때 박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 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후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의 어려운 삶을 이야기하며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전격적으로 경제인 사면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액션이 있었다. 
대통령이 당의 ‘통 큰 사면’ 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그리스 재정위기 등 대내외 악재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 환경을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무역 투자진흥회의에서도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재벌 총수들의 석방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해소된다? 
광복절 특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현재 국민들의 어려운 삶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언급도 최근의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런 대통령의 움직임에 재계는 사면이 공식화되는 분위기에 대해 신중한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기업인 사면이 이뤄질 경우 현재 900일 가까이 수감돼 있는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이 유력한 대상자로 거론된다. 현재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이 가능하다. 

SK의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2년 6개월 가량 복역 중에 있으며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가석방 대상인 형기 1/3 뿐 아니라 절반을 이미 넘긴 상황이다. SK그룹은 최근 주요 인수합병 경쟁에서 잇딴 고배를 마시고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돼 풀려났다. 김 회장은 그룹 회장직만 갖고 있지만 복귀하자마자 단행된 삼성과의 빅딜을 성공시켰다.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삼성 계열사 4곳을 1조9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 빅딜로 한화는 한진그룹을 제치고 자산 50조원, 재계 순위 9위로 올라섰다. 시내 면세점 입찰 전에서 여의도 63빌딩을 입지로 하는 강수를 뒀다. 김 회장의 리더십과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회장은 이번에 사면 받을 경우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복귀할 수 있어 경영 활동의 반경을 더 넓힐 수 있게 된다.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부회장도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800일 넘게 수감돼 있어 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재현 CJ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가능성이 낮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재현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대법원 선고일에 따라 사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복절 이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에 한해서다. 

대규모 경제인들의 사면으로 경제 활성화의 계기 마련
새누리당 지도부는 생계형 서민의 대폭 사면, 경제 살리기 차원의 경제인 사면 포함, 대규모 사면 등을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사면 대상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데,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말했는데 이번 특별 사면은 생계형 민생사범은 물론 수감 중인 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까지 아우르게 될 것이란 복선이 깔리고 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두 명 경제인을 사면한다고 해서 당장 경제적 효과가 나오진 않겠지만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그런 부분을 검토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고, 대통령도 기준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기억해야 ... 
한편 참여연대 측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으로 꼭 필요한 경우 극히 제한적으로 사면권이 행사되어야 하며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면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공약한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사면의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부패한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 남용은 도리어 힘없고 배경이 없는 국민 사이에 위화감만 조장해 국민 분열만 가속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재벌 총수 등 경제인 사면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은 오히려 배임, 횡령, 주가조작 등 공정한 경제 질서를 훼손하고 국내 경제를 어지럽혀 경제 정의를 훼손한 주범들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박 대통령이 진정 경제 살리기와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싶다면 민생, 생계 사범 위주로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간 단 한 번도 경제인 사면을 하지 않을 정도로 기업형 비리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가졌던 박 대통령의 사면 원칙이 깨질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2015 광복절 특별 사면은 경제 살리기 차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하락한 지지율 상승을 위한 대책으로도 보이고 있다. 
이번 광복절 특별 사면은 재벌 총수와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사면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제인 사면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여권 지도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것은 경제인 사정 정국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 위화감을 조장해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의 즉각적인 반발도 귀담아들어야 할 여지가 많다. 재벌 총수 한두 명 사면한다고 투자가 늘거나 경제가 살지는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통 큰 사면이 부패세력까지 망라하는 큰 범죄 사면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정부가 비판해 온 사면권 남용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사면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