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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아우르며 하나 되는 지구촌 사회
김병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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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에 열흘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아테네까지 남부 유럽 주요 지역을 지중해안을 따라 관광버스로 관통하는 여행을 다녀왔다. 각자 다른 일로 바쁘게 살아 온 우리 부부를 이번에는 함께 다녀오라고 장만해 준 딸들의 정성이 고마워 바쁜 일을 잠시 접어 두고 길을 나선 것이다. 십여 년 전 가족이 유럽을 각국 수도 등 대도시 위주로 다녔던 것과는 또 다른 풍광과 역사의 편린을 보면서, 그리고 각 지역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인물들을 상고하면서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인류사의 흐름에 대해 조금이나마 새로운 눈이 떠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새로이 펼쳐질 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안도라 공국, 피레네 산맥을 지나 프랑스로, 모나코를 들리고, 터널을 지나면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지날 때마다 통관절차로 지체함이 없고 다만 개인 휴대전화에 한국영사관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도 국경을 의식하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보았다.
안도라는 피레네 산맥의 높은 지대에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공국임에도 불구하고 스키, 산악자전거와 트레킹, 고급 별장과 쇼핑 등으로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프랑스 남부의 님므, 몽뻴리에, 아비뇽, 아를, 깐느, 니스, 에제를 거쳤다. 모나코와 몬테카를로 공국은 해안에 면한 그레이스 켈리 여왕이 묻힌 성당, 해양박물관과 카지노 등을 크루즈선 관광과 연계해 방문객을 유치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그리스 고린도와 아테네는 델피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 헬레네 문명의 요람으로서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 올리브나무와 주황색 지붕이 잘 어울리는 풍요로울 수 있는 나라로 생각되었다. 한국은 산맥이 수려하고 삼면이 해안이고 섬이 많은 금수강산이 아니던가? 그 뿐 아니라 제조업, 정보통신, 교육과 한류 문화 컨텐츠도 있는 준강국이다.
그리스는 헬라 문명을 꽃피웠고 그 후 지중해 연안 전역을 휩쓴 로마가 문명을 계승했다. 로마 지배 시대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그리스도교는 로마 지하교회로 번져 제국의 몰락을 초래하며 온 유럽에 전파되었고, 오스만 터키의 발흥으로 이슬람이 지중해 연안 제국을 지배한 시대가 있었다. 이는 이슬람 문명의 확장과 십자군 종교전쟁으로 이어졌다. 종교의 짙은 영향 아래 있던 중세 암흑기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의해 촉발된 인본주의적 르네상스 예술과 인문학의 발달을 이루었고 자연과학의 발전은 급기야 무기의 발달과 영국 산업혁명과 신대륙발견으로 이어져 미국 주도의 근대 과학기술 문명사회에 이르게 되었다.
현대는 동서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미국 독주체제에서 G7, G2, G20 체제 등 다양한 국제 역학관계가 WTO, FTA, TPP 등 다자간 무역체제를 활용하는 시대이나 지역분쟁은 여전하다. 국경선과 역사와 언어와 종교와 화폐 등 온갖 규제로 강화된 국가간 장벽은 그러나 다국적 기업, 빈번한 항공기 여행, 방송 및 휴대전화로 실시간 전파되는 정보유통, 다양한 민간차원 국제교류 등으로 점차 엷어지며 진정한 지구촌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이 국가적 질병이며 100세 시대로 접어드는 미국 같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기아와 질병으로, 전쟁으로 수없이 목숨을 잃고 집과 고향을 잃은 난민들이 방랑하는 양극화의 시대가 현대이다. 효율과 이윤 극대화의 시대에 누적되는 공산폐기물이 제3 세계에 원조물이라는 미명 하에 버려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정신적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종교는 예루살렘 독점을 위한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유럽 교회와 성당들이 공동화되면서 이슬람교 모스크로 변신하는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동양 종교와 철학에 관심이 고조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서양 과학기술과 군사력과 자본주의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오던 동양 각국 특히 우리나라는 그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절대적 우위를 확보유지하지 못하여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상황에서도 자기의 주도적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진상을 모르는 채 구시대 질서에 매어달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한국은 지구촌 시대에 전개될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자각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깨어있고 준비된 국가와 민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세기 후반에 급성장한 생명과학은 유전정보가 진핵산(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담겨 있다는 왓슨과 크릭의 1953년 주장에 근거하여 촉발되었다. 그러나 진핵산이 복제, 전사, 재조합, 전이 등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기능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이중나선 발견 60주년이 되도록 시원히 설명하지 못해 왔다. 그런데 1982년 필자가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발견하여 그 후 발전시켜 온 꺾쇠호나선(FBI) 진핵산에 그 통일적 해답이 숨어 있었다. 인간유전체를 모두 읽어낸 오늘날에도 생명과학은 염색체 차원의 이해에서 세포분열과 조직분화, 종의 진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에서 파생하는 각종 생명과학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 FBI DNA의 구조와 기능에 입각한 새로운 해석을 거치지 않고는 혼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현대 생명과학의 발전을 주도해온 선진국 과학자 집단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국제적 협력 체제를 발전시켜야 대공황과 세계대전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촌 사회를 건설하는 진화된 인류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지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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