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 내국에선 ‘사죄의 종지부’ 주변국은 ‘자신들의 죄를 마주하지 않았다’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 담화였다!
한,일의 풀리지 않는 ‘위안부’ 문제는 다시 미궁으로 

아베 총리는 14일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진정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과거 역대 총리의 담화를 인용하는 형태로 언급하는데 머물러 한국과 중국 등의 거센 반발을 샀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쟁 기간 중 "가늠할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일본이 안겨 준 사실"에 대해 "애끊는 심정 금할 수 없다"면서도 다음 세대에게 "계속해서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담화문에서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가해와 반성의 뜻을 3년 연속 언급하지 않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도쿄 신문에 따르면 과거 일본 총리들은 전몰자추도식에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담화에 있는 문구를 인용하여 가해와 반성의 뜻을 국내외에 표시해 왔다. 아베 총리도 제 1차 내각 때인 2007년에는 이를 언급했지만 이후에는 계속 생략했다. 

우리 정부도 다음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 "담화는 지금의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와 침략의 과거를 어떠한 역사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며 이런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담화가 어정쩡한 사죄에 그치면서 다음 달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 참석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담화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서 전면적으로 탈각했다면 우리로서도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에 참석할 명분이 더 생겼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위안부 문제, 한·일간 계속 가지고 가야 할 것인가
 한국과 일본은 지난 6월 22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을 맞아 긴장된 양국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재개할 것을 약속했었다. 그 동안 역사를 둘러싼 지속적인 논쟁을 벌였던 한국과 일본의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을 재개한다는 것은 역사적인 큰 행보라 할 수 있다.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후 공식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동맹국을 결집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벌이는 적극적인 해상 활동에 대항하려는 미국 정부에게는 냉각된 한 일 관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한일 양국의 가장 논쟁부분은 바로 위안부 문제이다. 대부분 한국인으로 이루어졌던 위안부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매춘소에서 강제로 일해야 했다. 일본은 일제 식민지 시대와 관련된 모든 논쟁거리는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해결되었다고 말하지만 한국은 일본이 전시 행동을 속죄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과 한국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해 월요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응답자의 54%가 지난 5년 간 한국의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한국인 응답자의 59%가 일본의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일본군을 가해자가 아닌 영웅?  
2012년 취임한 아베 총리와 내각은 지금까지 옳다고 인정돼 온 전시 역사에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일본이 ‘위안부(comfort women)’라 칭하는 상기 여성들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아베 정부는 자국 교과서를 수정하는 것은 물론 미국에까지 교과서 수정을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에게 일본의 국가적 자부심과 세계적 위상을 회복할 임무가 있다고 믿기에 자학적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게 아베 총리와 견해를 같이 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담화에서 전후 일본이 평화적, 번영적 민주주의를 일구는 데 얼마나 혁혁한 성과를 냈는지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제2차 내각 출범 후 2013년과 2014년 식사에선 역대 총리가 밝힌 가해와 반성은 물론 '부전(不戰)의 맹세'까지 빠트려 비판을 받았다. 그는 올해도 '부전의 맹세'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전쟁의 참화를 결코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 재작년, 작년과는 달리 일본이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나타냈다. 이런 아베 총리의 행태는 아키히토 일왕이 추도식에서 이른바 오코토바를 통해 전쟁 반성과 세계 평화 등을 언급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아키히토 일왕이 추도식에서 전쟁에 관해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세계의 역사학자들 
세계 저명 역사학자 187명이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과거 일본의 식민통치와 전시만행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동안 역사 문제로 주변국들과 충돌해 온 아베 총리를 향한 명백한 힐책인 셈이다.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이번 성명에는 동아시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석학을 비롯한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미국 역사학자 수십 명이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비난한 최근 성명과는 영향력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일본 역사학자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란 제목의 이번 성명에서 “올해는 일본이 식민통치와 전시만행의 과거사 문제를 말과 행동으로 해결함으로써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일본 정부가 주변국들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안부는 일제 식민지시기에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성노예로 살아야했던 한국 등 주변국의 젊은 여성들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아베 총리가 역사를 윤색하고 전임자들의 사과와 뉘우침을 부정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아베 총리는 전임자들의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그들이 한 말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일본 내각사무처부장 켄코 소네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과거에 밝힌 바와 같다”면서 현 정부가 과거 담화의 개별적 측면에는 코멘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협약에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반면 한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이번 성명이 올 3월 시카고에서 열린 학계 콘퍼런스 기간에 가졌던 논의와 그 후 온라인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학자들은 위안부 문제를 특히 불화를 야기하는 역사 문제 중 하나로 규정하며 일본과 한국,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정견의 필수 요인으로 되는 상황 때문에 위안부 피해여성들의 고통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해결방안 도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군과 정부가 위안부 강제 모집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와 피해자 증언의 진위여부에 초점에 맞추는 식으로 접근하는 태도도 비난했다. 이런 태도는 “인권유린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며 그들을 착취한 무자비한 시스템을 외면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은 일본군이 위안소 운영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제 징모(徵募)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학자들은 “수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사로잡힌 채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책임에 대한 반성은 독일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일본. 과연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유럽의 각 국가들은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현재도 전쟁 책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양 문화권의 특수한 문화정서에 기인한 것인지 얽히고설킨 관계성 때문인지 제대로 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가 국가들 간에 긴밀한 협조로 전쟁에 대한 책임과 이웃 국가라는 관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하며 일본의 극우정치인들도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