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8

[ 한국의 커피역사 _ 다방문화 ]

다방 : coffee shop, coffee house, 茶房
‘다방’은 여러 가지 차, 커피 또는 음료수를 파는 장소로 정의된다.
아관파천이라는 안타까운 역사속에서 고종황제가 공식적으로 커피를 처음 접하고( 물론 최근 밝혀지는 역사적 문헌들에 의하면 서양문물의 유입에 따라 아관파천 이전부터 일반인들도 커피를 접하였음을 알 수 있다 ), 일제 강점기 속에서 다방문화가 꽃피우며 많은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어지던 다방에 대해 시간의 흐름속에서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다방의 등장에는 전통적으로 다도문화(茶道文化)의 배경을 들 수 있다. 우리나리에서는 중국, 일본 등 동양문화권에 비해 다도문화가 그리 발달하지는 않아 서민차원의 다방은 없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다도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 문헌을 살펴보면 통일신라시대에 다연원(茶淵院), 고려시대에는 다방(茶房)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고려시대의 다방은 차와 술, 과일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국가기관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이것이 이조(吏曹)에 속하는 관사로서 차례(茶禮)라는 명목으로 외국사신들의 접대를 맡아 보았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불교의식과 관련하여 사찰에서는 차촌(茶村)을 두어 차를 배재하였으나, 조선시대에는 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손님 접대용으로 차보다 술을 더 많이 사용한 까닭에 다방대신 술집이 더 발달하였다. 
이를 보면 다방이나 다도문화가 일부 계층의 향유물 또는 지방적?종교적 특성에 국한되어 일반 민중에게까지 대중화되지는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한제국의 말기에는 개화의 물결을 타고 커피와 홍차 등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다도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커피는 서양발음을 따서 가배차?가비차(加比茶)라 불렀고 또는 빛깔이 한약과 비슷하다 하여 서양에서 마시는 탕이라는 의미로 양탕(洋湯)이라고 불렸는데, 이 시기에 홍차도 수입, 보급됨에 따라 근대 형태의 다방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근대적인 기능과 형태를 갖춘 다방이 등장한 것은 3?1운동 직후부터지만, 개항 직후 외국인에 의하여 인천에 세워진 ‘대불호텔’과 슈트워드호텔의 부속다방이 우리 나라 다방의 선구가 되었다.
1902년 독일계 러시아인 손탁(孫澤, Antoinette Sontag)이 정동에 지은 “손탁호텔”에는 ‘서울 최초의 호텔식 다방’을 두었다. 일제 강점 직후에는 일본인들이 명동의 진고개에 깃사텐(끽다점, 喫茶店)을 지어 놓고 커피 장사를 시작하였다. 일본인이 경영하던 ‘청목당(靑木堂)’이라는 2층의 살롱이 서울에 생겨났고, 1914년 조선호텔이 지어져 일제강점기의 최고급 호텔 겸 다방의 기능을 하였다. 
이시기에는 이미 서양문물의 보급과 일본 및 서구로의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들이 새로운 문화권을 형성하면서 다방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1923년 명동의 '후타미(二見)’와 충무로의 ‘금강산’이라는 일본인 소유의 다방이 그 최초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후타미는 식당과 겸업이 아닌 다방을 전업으로 하는 근대적 다방의 원조가 된다.
그 뒤 1927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감독인 이경손(李慶孫)이 관훈동 입구에 ‘카카듀’라는 다방을 개업하였으며 그가 직접 차를 끓여 더욱 유명해졌다 한다. 카카듀는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으로 볼 수 있다. 
1929년에는 배우 김용규(金龍圭)와 심영(沈影)이 종로2가 조선중앙기독교청년회(YMCA) 회관 근처에 ‘멕시코다방’을 개업했는데, 의자와 테이블 등 실내장식을 화가?사진작가?무대장치가 등이 합작함으로써 문화인들의 종합작품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1930년대에는 소공동에 ‘낙랑파라’가 등장하면서 초기 동호인의 문화애호가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영리면에도 신경을 쓰는 본격적 상업적 다방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또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李箱)도 다방사업에 많이 관여하였는데, 실내시공만 하였다가 팔아넘긴 ‘식스나인(6?9)’, 1933년 종로에서 부인과 함께 개업한 ‘제비’, 인사동의 ‘쓰루(鶴)’, 1935년 직접 설계하여 개업 직전에 양도한 ‘무기(麥)’ 등이 그것이다. 이 시기에 종로?충무로?명동?소공동 등에 다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다방문화를 활짝 꽃피웠다.
오래가지 않아 다방은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설탕, 커피 등의 수입이 막히면서 2차대전 말기에는 대부분의 다방들이 폐업을 하게 된다. 
1950년대 전후로는 8?15광복과 6?25전쟁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앞서의 멋은 점차 사라지고 상업다방으로 변화하는데, 6?25전쟁 직후 전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해지자 다방이 차를 마시고 쉬는 장소에서 종합예술의 장소 구실을 하기도 하여, 당시의 그림 전시회?문학의 밤?영화의 밤?출판기념회?환영회?송별회?추모회?동창회?강습회 등이 다방에서 열렸다.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기개 높은 예술가들이 즐겨 찾아 낭만의 거리가 되었던 명동거리는 당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지를 이루었다.
1960년의 다방은 지식인계층의 남자 주인 대신에 여자 주인이 얼굴마담과 레지?카운터?주방장 등을 데리고 경영하는 체제로 변모하였고 규모 또한 이전보다 대폭 커지고, 1970년대의 다방은 화려하게 실내장식을 하면서 손님도 분위기나 차 맛보다는 상거래를 비롯한 교제의 편의성 때문에 자주 다방을 찾는 곳으로 애용된다. 
특히 1970년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커피 생산으로 집에서도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다방은 점점 디럭스화,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 시기에 젊은층 위주의 DJ가 있는 음악 전문 다방이 등장한다. 
1980년대에는 차 값의 자율화로 차 종류가 다양해지고 값도 비싸졌으며 실내 장식을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체인점인 ‘난다랑(蘭茶廊)’을 필두로 체인점이 등장하고 ‘○○화랑’이라는 상호명이 유행하게 되었으며,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폐지되자 심야다방이 대도시에 많이 나타났다.
1990년대에 다방은 커피자판기의 보급, 음료의 고급화, 고급스러운 분위기 커피전문점 증가 등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1997년 2월 ‘대한다방업중앙회’는 ‘대한휴게실업중앙회’로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커피가 개화기 외교사절을 통해 유행되기 시작한 지 약 1세기 만에 한국만의 독특한 영업형태로 자리 잡은 ‘다방’이라는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일부 다방들은 ‘다방’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또한 출장 매춘 등을 일삼는 소위 ‘티켓다방’이 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하면서부터는 다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참조
약 100여년의 커피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그 시절 다방은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지식인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소통의 공간이면서도 젊은이들에게는 모던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