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다운 농협, 사랑받는 농협, 조합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조합을 만들 것  

- 샘골농협 허수종 조합장 

지난 3월 11일은 우리나라 선거 역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전국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최초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지방의 조합장 선거는 일가친척, 선후배 등 인간적 유대관계가 얽혀있어 그 어떤 선거보다도 관심이 높고 투표 참여율도 매우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전북 정읍시 샘골농협 새 조합장으로 당선된 허수종 조합장(44)은 전북 지역에서 최연소로 당선된 신임 조합장이다. 전국적으로 따져보아도 두 번째 최연소 당선자로 알려졌다. 정읍시 북면에서 태어나고 자란 허 조합장은 젊은 패기와 추진력으로 지역 농협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적임자로 기대 받고 있다. 정우면에 위치한 샘골농협 본점을 찾아가 그의 생각과 각오를 직접 들어보았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3개면 통합 농협 
샘골농협은 지난 2007년 기존의 정우면, 이평면, 북면 3개 조합이 통합된 농협이다. 합병은 경영부실의 이유가 아니라,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은 농협보다는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통합을 이루게 된 것이다. 허 조합장의 설명에 따르면, 3개면이 합병공고를 받았을 때 자생력을 갖춘 조합도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흡수합병이 아닌 신설합병으로 신동력을 얻으려는 취지로 통합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흡수합병을 하게 되면 감자(자본금 감소)와 직원 감소 등 그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신설합병은 그럴 필요가 없어 후유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통합한 3개면은 농사 종류가 달라(정우면, 이평면-논농사(쌀) 위주, 북면-밭농사, 과수 위주) 교류가 많이 않았다고 한다. 농업형태가 다르다보니 서로 필요로 하는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었고 지역적 이기주의도 있었다는 것이다. 허 조합장은 서로 소통하는 조합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샘골농협 조합원은 총 3780명이다. 전북지역 중상위권 규모지만 초고령화 조합이기도 하다. 70세 이상이 1046명, 80세 이상이 546명으로 약 1600여명에 달한다. 반면 20대 12명, 30대 99명, 40대 337명으로 청년층 조합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은행사업보다는 경제사업으로 체질 개선해 나갈 것
농협의 사업은 크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은행사업과 농산물 사업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농협은 은행사업이 먹여 살렸다고 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허 조합장은 신용사업보다는 경제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샘골농협의 영업수익은 각 절반정도로 괜찮은 수익구조에 속하는 편이다. 보통은 7대3, 좀 좋다고 하는 곳은 6대4정도로 신용사업의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며 “정상적인 건 경제사업이 7이 되어야 한다. 8정도 되면 굳이 신용사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구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쌀과 한우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인 자원화 사업(퇴비공장)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이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마이너스만 나지 않는다면 지역의 축산 농가를 지속적으로 지원 할 수 있어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고민하고 있는 것은 경제종합센터다. 그는 “지금까지는 비료 파는 곳, 사료 파는 곳, 농기계고치는 곳, 농약 파는 곳 등이 각각 따로 있었다. 이를 한 곳으로 모아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도록 하고 여기에 배달서비스까지 가미한다면 효율성이 높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계획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농협은 영업의 이익이 나면 법정적립금, 사업준비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허 조합장은 이 기금 외에 그가 추진하려는 사업을 위해서는 경제활성화 자금이 따로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 내 이 자금을 10억 정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허 조합장은 여성 조합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샘골농협의 여성 조합원은 1504명인데 반해 대의원은 겨우 24명에 그치고 있어 절대적으로 임원 수가 부족하다. 대의원 수가 더 늘어나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조합원들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앞으로 여성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뛰어든 농사의 길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6세의 나이에 바로 고향에 내려와 농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인 27세에는 일찌감치 결혼까지 해 안정을 취하고 지역 농업의 발전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었다고 했다. 농업의 발전을 위한 변화의 중심에 서고 싶었던 그에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가 결혼하던 해, 마을 이장이 갑자기 돌아가게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자리를 맡게 되었는데, 이장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서 맡게 되던 영농회장까지 하게 되었다. 이장은 행정조직의 직함이지만 영농회장은 농협조합과 관련된 별개의 자리다. 영농회장을 맡게 되면서 곧 조합의 대의원이 되었고 대의원 자격으로 대의원 총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그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농협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모른 척 하지 않았다
조합의 대의원으로 총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그는 많은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총회에 참석해 그저 허수아비 노릇을 하기 싫었던 그는 몇 가지 의문점들에 대해 질문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대의원 총회에서 아무도 하지 않던 질문들을 했지만 그 질문들은 분명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말하는 내가 오히려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잘난 체 한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당시 그가 처음으로 가입한 단체는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이하 한농연)였다. 한농연은 한국농업의 개혁적인 변화를 시도해 한국의 농업과 농촌의 발전과 보호를 위한 의도로 설립된 단체다. 그는 전북지역의 회원이었고 총무를 맡고 있었다. 한농연 회원 중에 농협조합 대의원(75명)이 10여명 있었고 그는 그들에게 대의원 총회를 들어가기 전 여러 문제점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뜻을 모으자고 건의했다. 혼자서 얘기하는 것 보다 여러 명이 힘을 합한다면 분명 효과가 클 것이 분명했고 실제로 많은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때 같이 공부하며 뜻을 같이했던 대의원 중에 통합농협이 출범하기 전에 속했던 북면 농협조합에서 이사와 감사 8명 중에 6명이 임원으로 재직했다. 북면 조합을 조합다운 조합,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만들어보자며 책임경영제 시스템, 간부직급에 평가제 등 다양한 시도했었다. 결국 그 일로 인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합장이 되기 전의 생각과 현실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지 고민하고 있다
허수종 조합장은 전북 지역 최연소 초선 당선자로 관심을 끌긴 했지만 출마는 처음이 아니다. 2006년 1월에 조합선거에 출마해 떨어진 경험이 있다. 당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이하 한농연) 정읍시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는데 조직적으로 조합장이 되어 농업 개혁에 적극 참여 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마했으나 떨어진 것이다. 선거에 나서기 1년 전인 2005년에는 정읍지역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한여름 하룻밤에 5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수해를 크게 입었고 그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집회를 하고 다녔다. 12월에는 쌀 관세유예화 때문에 전국으로 집회를 하고 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집회를 주도한 것이다. 또한 WTO 6차 홍콩 각료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전세기로 800여명이 홍콩으로 집회를 다녀 올 때도 그는 참여했다. 

홍콩 집회를 다녀오자 정읍지역에 큰 폭설 피해가 발생했다. 여름의 폭우와 겨울의 폭설로 입은 엄청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받는 게 필요했고 허 조합장은 이를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결국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를 받았고 피해복구를 위한 많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그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힘을 보탠 것은 사실이며 지금도 그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집행유예를 받게 되면서 한동안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어떤 조합장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경영자가 되었지만 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경영에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되기 전의 생각과 현실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직원교육도 직접 하고 있을 만큼 직원들의 역량강화와 전문성 갖추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은 농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기관인 만큼 일하는 직원들 또한 그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다. 

농협다운 농협, 조합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조합을 만들고 싶어
그는 “농협중앙회는 농민과 각 지역 조합이 경영과 운영의 도움을 받고자 필요해서 만든 조직인 만큼 중앙회와 지역 조합이 서로 공존공생(共存共生)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회의 경제사업 구조 등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서로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지금보다는 더 훌륭한 농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기간 중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사랑을 받는, 조합원들이 조합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직원, 조합원, 조합장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나아갔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농협에 서운했던 것들이 있었다면 다시 한 번 농협을 믿고 농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러한 바람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노력한다면 분명 그렇게 변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 젊은 조합장으로서 불편함이 없느냐는 말에 “나이 드신 임원 분들이 조금 불편해 하는 게 있는 것 같지만 모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나이와는 걸맞지 않은 백발에 사람 좋은 미소와 여유로움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있었다. “전북지역 최연소 당선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농업개혁에 앞장서 농협다운 농협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 조합장으로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허수종 조합장. 
그가 생각하는 계획들이 하나둘씩 모두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