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에 깊숙이 영향력 끼치는 북한의 부자들 ‘돈주’
북한 정권의 비호받으며 자본주의식으로 경영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서의 경제가 예상외로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북한 경제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을 고려할 때, 정확한 통계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탈북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 경제가 당국의 노력이 아닌, ‘돈주’로 불리는 신흥 자산계급 주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글 편집부

북한에도 부자들이 있다. 당 간부나 인민군 외화벌이 조직을 끼고 사업을 벌여 거액을 만지는 이들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을 ‘돈주’라 부른다. 돈주는 ‘돈의 주인’이란 뜻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서 자산(資産)이 많은 부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돈주로 불리려면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어야 할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보통 1만 달러(약 1180만 원) 이상을 보유하면 된다고 한다. 북한에 돈주는 최소 수만 명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시장화 이끄는 돈주
돈주들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한다. 돈주들은 투자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불린다. 어선에 투자하면 ‘선주(船主)’, 광산에 투자하면 ‘광주(鑛主)’, 운송업에 투자하면 ‘차주(車主)’, 땅에 투자하면 ‘지주(地主)’다. 돈주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내면 그 수익금을 다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이윤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집중 투자처는 어디일까? 부동산, 운송, 광산업, 서비스업 등이다. 특히 건설업이 북한에서의 가장 핫한 투자처다. 돈주 여럿이 돈을 모아 아파트 한 채를 지으면 최소 30%의 이윤이 남는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돈주가 투자해 건설한 아파트가 평양에만 최근 5년 동안 5만 채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김정은의 지시로 국가가 투자해 건설한 아파트는 5000채도 되지 않는다. 
운송업 또한 돈주의 독무대다. 돈주들은 중고 버스를 중국에서 5000∼1만 달러에 사와 당국의 비호를 받아 운영하고 이윤을 나누고 있다. 평양의 택시 운행 대수가 최근 대략 1000대가 넘는데 이 중 60∼70%가 돈주의 소유다. 
현재 북한의 경제는 민간 자본에 대한 단속이 거의 없다. 정부가 아닌 돈주에 의해 북한 경제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주의 등장으로 경쟁은 필연적, 자본주의 싹 될까
돈주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부르고 있다. 초보적 수준의 자본주의적 마케팅 기법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이를 테면 평양의 한 카페는 음료 10잔을 마시면 1잔을 공짜로 주는 쿠폰을 나눠 준다. 
또한 돈주들은 장사가 안 되는 국영상점을 매입, 영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제대 군관이 돈주에게 상점을 넘기는 가격은 10평짜리가 미화 2,000달러가량이라고 한다. 돈주들은 장사가 잘 될 것으로 보이는 길목이나 장마당과 가까운 곳을 사들여 도매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은 3,000달러 이상에도 거래가 된다고 한다. 
돈주들이 사들인 국영상점이 증가할수록 기존의 장마당이 점차 한국의 재래시장과 같은 면모를 갖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정권은 왜 돈주를 처벌하지 못할까
돈주는 실제적인 경제 주체로 급부상했다. 통제를 해도 돈주가 없으면 지역 경제가 제대로 작동을 못할 지경이다. 돈줄 안에는 권력층도 상당수 포함된다. 따라서 돈줄을 끊는 순간 경제마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돈주들이 북한 당국에 주는 로비 또한 만만치 않다.
막대한 양의 공채를 사들이는 돈주들이 있다.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또한 대가없이 국가에 기부하는 돈주도 있다. 기부를 해서 국가로부터 감사장이나 표창장을 받게 되면 위법행위가 적발되어도 눈 감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북한 안에서 돈주의 세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정경유착으로 돈주의 존재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지금도 돈주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을 특권층이 되었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 중심에 돈주가 있다. 북한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권의 안위도 결국 경제라는 토대 위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