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김 원

붉은 옷
걸친것만은
아닐것이다
무엇에 혼을 잃어
활활 장작불로
제 몸을 태웠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움보다
그것의 살아감이
더욱 인간적일수도 있다
코스모스 들길 걸으며
이모저모로 아름다울
꽃잎에 걸터앉은
고추잠자리의 꿈을
생각한다

*******************************************

특별자치구  7

                                                           김 원

때 오면
고운 빛깔의
씨앗이 되어서
그 씨앗을 틔우는
바람의 흰 손이 되어서
그 잎새를 살찌우는
파릇한 실핏줄이 다시 되어서
무릉의 샛별들이 걸터앉을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 때의
그 시간이
또 한 번
억겁의 반환점을 돌아
깃털 맑은 옷깃 여미며
꿈 서린 이곳을 찾아오면
진주빛 아롱이는 물방울이 되어서
그 물방울 흐르게 하는
가슴의 두레박이 되어서
그 두레박 철철 넘치게 하는
푸르른 강물이 다시 되어서
어깨춤 흥겨워 들썩거리는
물결들의 집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아름다운
생명의 날이 돌아오면
그렇게 터질듯한 희열의 날이
다시 한 번 찾아오면
샘 처럼 고이던 우리들의 눈물
저기 휘황한 천공의 뜰을 향해
무수한 새 떼 되어 훨훨 날을 테다

******************************************

북극곰이 연어알을 먹을 때

                                                                김 원

푸르른 개천
설원과 설원 사이를
늦은 가을로 흐를 때
최후의 사랑들은
붉은 빛의 눈물로
장엄하게 종료된다
회귀본능의 사랑이 아닌
사랑을 위한 회귀본능이었음을
망망대해 유랑하던
몇 년 동안의 치열한 인내가
그것을 깨닫게 했으리라
듬직한 너의 입속으로
보란듯이 들어가
오랜 겨울잠을
기꺼이 취한다 해도
따듯한 너의 양식이 되었다면
결코 후회할 일은 아니리라
그것이 무참히 깨어지는
산산조각난 나의 아픔이었을지라도
그것이 아낌없이 네게 준
내 사랑의 모든 것이었다 할지라도
허물없이 아름다운
너의 것이 되었다면
결코 후회할 일은 아니리라
북극곰이 연어알을 먹을 때
설원과 설원 사이를
늦은 가을로 흐르는
푸르른 개천
붉은 꽃으로 피어난
장엄한 사랑들이
무수하게도 그곳을 흐른다

******************************************

새들에게 길을 묻다

                                                                       김 원

새들이 날아가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가볍게 하기 때문이다
새들이 집을 짓는 것은
제 몸의 크기와 제 몸의 가치를
우선해서가 아니라
제 생각의 크기와 제 생각의 한계를
따르고 싶기 때문이다
새들이 허물없이 노래하는 것은
스스로의 기쁨과 슬픔이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많아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귀와 저 아닌 것들의 귀가
시원스럽게 열리어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새들이 숲의 거처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의 일상과 생활이
의미 없이 무료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평화와 안식을 이루기까지
숲의 인내와 숲의 넉넉한 부요함이
조용히 그들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새들이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스스로의 처지와 나약함을
아낌없이 보여주는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욕망과 우리들의 조급함이
무거운 바위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맑은 눈빛의 새들에게
아름다운 그 길을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