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대학가 대대적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 
국정화는 역사적 퇴행 VS 편향성을 배재한 국민통합??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켜 국민 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정부의 명분도 제시되었다. 즉, 정부는 현행 검정 국사 교과서가 좌편행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국정화 해야 한다는데 이 교과서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 검정을 통과해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이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주로 공산, 독재 국가에서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획일화된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출판사의 검정 체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공부하도록 하면서 잘못 서술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검인정할 때 수정 보완해나가는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 여당, 국정화 방침에 총력전을 다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발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대한 긴급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한 새누리당은 15일 결의문을 채택하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총력전을 다짐했다. 

특강 초청자인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자신의 지난 경험들을 녹여 국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 사무총장은 "역사교과서 논란이 시끄러운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에겐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인 '역사'와 '교육'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세력은 역사적 사건들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기술해 미래권력을 획득하고, 미성년인 학생들 대상으로 교육을 해 미래전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의총 모두 발언읕 통해 "역사교과서의 편향성은 사실의 과장된 해석, 주제별 분량 배분의 불균형, 제목의 편향성, 서술 순서나 배치에 있어서의 불균형, 부적절한 사례 제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을동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장 겸 최고위원은 "명백한 사실의 오류는 수정이 용이하지만 서술의 편향성은 오류의 정도가 심각하고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 더는 손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야당, 정권 입맛에 맞는 교과서 편찬은 불순한 시도... 
야당은 10일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정화 방침을 놓고 강하게 의견을 표명했다. 
야당은 친일과 독재가 포함된 언급들을 쏟아내며 정부가 정권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우원식 새정민주연합 의원은 "(친일파) 후예들이 권력을 누리고 자기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제 국정교과서로 미래세대의 머리를 획일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불순한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같은당 양승조 의원도 "서민경제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문제로 갈등이라는 폭탄을 던지는 것을 진짜 이해할 수 없고, 뭘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론을 분열하고 갈등 속으로 밀어 넣는 국정교과서는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날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교과서가 어디있느냐고 격하게 따졌고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본 자위대의 우리나라 입국의 조건부 허용을 놓고 황 총리를 상대로 "총리는 거기 서 있을 자격이 없다"고 호통을 쳤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에 반발이 확산되어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에 반발하는 지역내 각계 반발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405명의 문화예술인, 전문가, 지식인은 오늘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주의광주행동 준비위원회도 오늘 광주 YMCA 무진관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불복종' 광주시민 천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각계 선언은 물론, 범국민대회, 시민강연회 등 구체적인 반대활동계획을 밝혔다. 특히 누리예산의 지방교육 전가를 두고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주 출범한 ‘지방교육재정 파탄위기 극복과 교육재정 확대를 위한 광주시민운동본부'도 누리예산 전가반대 시민서명운동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까지 결합해 추진할 뜻을 밝혀 반발과 거부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민운동 정영일 상임대표는 어느 방송에 출연해 '누리예산 지방전가 반대 시민서명운동'에서 국정교과서 반대까지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어제 광주시의원에 이어 전남도의원 50여명도 오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정면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 대학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움직임 확산
정부가 중등 한국사 교과서의 '단일교과서' 발행 방침을 발표한 이후 대학가에서 이에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 전원은 14일 성명을 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의 퇴행"이라며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국정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소위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하는 연구와 교육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사학과·역사교육과 교수 18명 전원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4명 등 22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교육을 퇴행시키고 교육과 민주헌정질서의 가치를 뒤흔드는 정부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국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과서 체제가 크게 바뀌는데도 1년 안에 이를 제작하겠다는 것은 '졸속 부실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 전원도 성명을 내 정부의 단일교과서 발행 결정을 규탄하면서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학생들도 반대 움직임에 가세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다양성이 공존해야 마땅한 시대의 역사적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라며 정부에 국정화 철회를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검인정, 자유발행제로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는 지금 정부의 국정화 결정은 분명한 시대착오"라며 "정부가 원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면 '올바른' 역사 교과서'들'이 존재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날부터 서대문구 교내 학생문화관 1층 등 두 곳에 서명대를 설치하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교육은 획일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율성을 강조함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단하여 헌법 재판소에서조차 국정화보다는 검정교과서를 채택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도 일부 극소수 독재국가를 제외하고는 국정화보다는 검정교과서를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과거로의 퇴행보다는 민주주의 근간과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논란이 그저 논란으로 그치고 편향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