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과잉진압?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노총 대규모 시위 이후 씁쓸한 뒷모습들... 

정치권 기찻길 대립 동안 위태로운 시민 목숨...  
11월 14일 오후, 서울 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단체 및 농민,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대회가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열고 광화문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하다가 세종로 일대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을 일으켰다.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쌀값 폭락 등 각종 현안 관련 현 정부를 비판하는 사전집회로 진행된 집회는 아픈 상처와 숙제를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횃불을 들기도 했으며, 마스크를 쓰고 차벽으로 설치된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는가 하면 인도의 벽돌을 깨 던지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경찰도 이에 맞서 물대포에 캡사이신 용액을 타 직사(直射)하며 대응해 물대포를 맞은 60대 시위자 백남기(69)씨가 중태에 빠지는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했다. 경찰도 시위 진압 지침을 무시한 채 시위 참가자 안면부에 직사로 물대포를 쏘는 등 과잉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250개 중대 2만2000여명의 경찰력과 함께 경찰버스 700여대, 차벽 트럭 20대, 살수차 등을 동원해 광화문광장 일대를 봉쇄했다.
한편 경찰은 권총형 캡사이신과 소화기를 뿌리며 시위대를 제지, 살수차를 동원하여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은 차를 밧줄로 끄는 일부 시위대에게 직사포를 쏘기도 했다. 경찰의 물대포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백남기(69)씨는 의식을 잃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위독한 상태에 있다. 

불법시위, 책임자 처벌해야... 
서울 광장에서 있었던 대규모 시위로 경찰은 민형사상 배상 청구를 포함하여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진압 과정에서 중태에 빠진 농민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강신명 경찰청장은 불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폭력이 동반된 시위에는 더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위 주동자에게 형사 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불법 폭력 시위 대응 특별팀과 수사본부를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미국 경찰은 그냥 막 (집회 참가자들을) 패버린다", "미국에서 경찰들이 총을 쏴 시민들이 죽는데 10건에서 80~90%는 정당하다고 나온다" '민중총궐기' 이후인 지난 16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내놓은 발언으로, 그는 "이런 것이 선진국의 공권력"이라고 추켜세웠다.  

야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로지 청와대의 지시만 따르는 신 공안통치가 현실화됐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애초부터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부정하고 오로지 경찰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진압만 상정했다"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면서 우려되었던 '박근혜 정부의 신 공안통치'가 현실화 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를 계기로 테러 위험인물의 통신 정보 수집을 가능하도록 하는 대테러방지법을 여야가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기로 해, 공안정국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잉진압, 원칙 없는 진압으로 희생된 시민들의 분노 . 경찰, '지침보다 강했다' 인정 
지난 14일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 현장. 농민 69살 백남기 씨가 얼굴과 가슴부위에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고 넘어져 뇌진탕으로 두개골 골절상 등 중상으로 뇌수술을 받았다. 백씨를 구하러 온 시민들에게도 물대포가 쏟아졌고 심지어 백씨가 탄 앰뷸런스에도 물대표가 쏴 졌다. 

경찰은 자체 조사 결과,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직접 쏠 때, 10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발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 씨와의 거리는 20m. 경찰 살수차 운용 지침에는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을 경우 7기압 안쪽으로 쏘게 돼 있는데 지침을 어긴 걸 인정했다. 경찰은 지침을 100% 지킬 수 없고, 당시는 백 씨의 불법행위가 이뤄져, 집회해산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가까운 곳에 가만히 서 있던 시민들이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고 쓰러지는 장면도 곳곳에서 포착되었고 경찰 해명 역시 석연치 않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또, 쓰러진 백 씨에게 물대포를 계속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넘어진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언론에 공개된 살수차 CCTV 영상에는 백 씨가 넘어지는 것이 보이지만, 정작 살수차를 조종한 경찰은 알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채증용으로 찍은 것이어서 해당 영상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침에 과학적 근거는 없고 지난 2007년 자체 시험을 통해 만들었다고 밝혔을 뿐이다. 
한편, 뇌수술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백 씨는 여전히 위중한 상태로 앞으로 2~3일이 고비라고 병원 측이 밝혔다.

산으로 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경찰이 법원에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2명은 기각되고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되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당일 전국 경찰지휘부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불법폭력시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경찰청에는 불법폭력시위 대응 TF를, 전 지방경찰청에는 불법폭력시위 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불법시위 주도자와 폭력 행위자에 대해서는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 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불법폭력시위 TF는 경찰청 차장을 주재로 수사·경비·기획·정보·보안·사이버·홍보 등의 기능으로 구성된다. 한편 경찰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불법시위 주도자 중 한명으로 판단, 검거작전을 추진 중이다.

한 헌법학자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에 벌어진 경찰의 집회 과잉대응에 실망했다며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중대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보였던 행태에 너무도 실망했다"며 경찰인권위원회 인권위원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과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 때 농민들의 쌀 가격 인상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백지화되면서 농민들이 쌀값 정상화를 주장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과 맞물린 집회였다. 정부와 농민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다르지만 살수차 사용 당시의 영상을 통해 과한 진압이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 국민을 상대로 생명에 위협을 주고 있으며 환자를 태우고 가는 앰뷸런스에까지 물대포를 쏘는 행위는 과잉대응이라는 판단이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외침에 대한 정부의 이런 태도는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