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농장' 간 최룡해, 복귀할 수 있을까?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이자 빨치산 2세대의 대표 주자였던 그의 운명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지난 11월 7일 사망한 이을설 북괴군 원수 장례위원 명단에서 사라지면서 그의 신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정성택에 이어 숙청된 것은 아닌지 예견되기도 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최근 행적을 감추며 신상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3천여 개의 협동농장 가운데 최 비서가 어디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숙청까지는 아니고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동신문>에는 최룡해의 해임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글이 실렸다. 한때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신념을 저버리면 누구든 버림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념을 저버린 인간은 한 때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역사의 쓰레기로 버림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한 때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직에까지 올랐던 최룡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다. 
최룡해의 협동농장 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룡해는 2004년에도 비리 혐의로 협동농장에서 혁명화교육을 받은 뒤 복귀했고, 1994년에도 역시 비리 혐의로 강등되기도 했다. 
협동농장에서의 혁명화 교육은 고위 간부에 대한 처벌 수위 중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는 낮에는 노동하고 밤에 반성문을 쓰는 처벌로 알려져 있다. 
왜 그는 협동조합에 갔을까? 일각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완공 행사를 개최한 발전소가 충분히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고 한다. 왜 혁명화 교육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근로단체 담당  비서였던 만큼 산하 청년동맹 업무의 성과부진에 따른 처벌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빨치산 2세대 대표주자였던 최룡해 
김정은의 오른팔이었던 최룡해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김정일이 생존했던 2010년 9월 27일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고 김정일 사망 후 차수로 승진,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권력서열 2위가 되었다. 장성택 처형에 앞장서면서 승승장구 하다가 황병서에게 밀려 '정치국위원과 근로단체 담당비서'로 강등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권력서열 2.3위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는 최근까지 잘 나갔었다. 맡고 있는 직책이 무려 7개에 달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김정은의 특사로 지명돼 중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했던 인물이다. 당 창건 70주년 당시만 해도 최룡해는 김정은의 연설을 직접 소개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또한 10월 31일에는 내년 7차 당 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당 비서 명의로 <노동신문>에 실기도 했다. 
그는 김일성과 함께 한 빨치산 활동을 한 최현의 아들이다. 백두혈통을 이야기하면 대를 이어 충성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협동농장에서 돼지 등을 키우면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반성문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요동치는 북한 권력 구도
혁명화 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수모를 당하고 있는 그는 중국의 등소평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룡해는 앞서 지난 2004년에도 비리 혐의로 협동농장을 다녀왔고, 이보다 앞선 1998년엔 부패혐의에 연루돼 좌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빨치산 혁명 1세대인 부친의 후광으로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04년에도 복귀하는 데 2년 가까이 걸린 만큼 협동농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김정은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자연스레 퇴출되지 않을까?  
더구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오른팔이었던 최룡해를 잘라내면서 충성경쟁을 통해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일은 세대교체의 결정적 계기로 삼을 수 있어 최룡해의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내년에 있을 당 대회를 앞두고 파워 엘리트 변동이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에서 지금까지 원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나이든 간부들이 퇴진하고, 젊은 김정은의 측근들이 그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권력 내 충성 경쟁과 군기잡기가 계속될 경우 체제 불안감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이를 대비해 우리 정부는 다각도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