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김 원

살아가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골방 난초도
눈 뜨지 못한 강아지도
첫 밤 설레던
옷깃 풀어헤친 사랑도
그럴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첫 눈이 
나릴때면
토담집 둥그런
아랫목의 우리는
풀꽃같이 맑은 
툇마루에 걸터 앉아
장구소리도 요란한
한 겨울의 잔칫날을
맞이할 것이다

희고 순결한
첫 눈의 가슴이여
내게 오시라

하얀 배꽃
고우신 눈매
지긋이 감으시고

그 옛적 
휘몰아치던
흥겨운 동풍의 곡조따라
한 수 나비의 꿈처럼
퍼어펄 날아
내게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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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일

                                                           김 원

아버지와 아들
딸과 어머니가
눈 쌓인 초가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 집 강아지와 어린 염소
누우런 털의 소 한 마리도
함께 한다는 말이지요

바람이 몹시 불었던
한 겨울이나 앙증한 봄꽃들
쑥갓 나랭이 들쑥거리는
삼한사온의 변덕도 물론이겠지요

등경 아래 깊은 밤은 흐르고
끝없는 마굿간의 고요는
유랑하다 지쳐누운
보이지않는 이방새의
적막같은 것이었어요

무어라 가슴 내밀어 
삶을 말 하고 픈
자비로운 세상의 것들은
붉은 산수유 열매이거나
푸릇 푸릇이 빛나는 
고적한 겨울숲이었을 것입니다

하염없이 기다림 저려오는
맑은 살얼음의 샘물가에는
어느새 탄일종의 축제가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래라 그래라
가득한 평화같기만 하거라
얼씨구 절씨구나
뽀얗게 얼굴 허드러진
새악시 사랑같기만 하거라
네 곁으로 다가서는
팔푼 머슴아이 웃음같기만 하거라

고운 별빛 쏟아지는
하얗게 눈 나리는 밤
어머니와 딸
아들과 아버지가
촛불 하나 고요히 켜든채로
말 없던 그 사람의 발자국 소리
마중할 채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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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아래 하얀 눈꽃

                                               김 원

서둘지 않아도
네가 피어나는 걸
누가 모르나

그래 
때오면 피어나는 걸
누가 뭐래나

그리도 추웠던
수천년의 겨울동안
너는 뜰 아래 핀
하얀 눈꽃이었다

세찬 바람 
스치어 갈수록
몹시 그리움타는
흔들리는 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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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에서 2016 으로

                                                 김 원

벌거숭이
겨울나무로
2015 가 서 있네

숨길것 없이 드러낸
하얀 척추뼈의 기억들
울고 웃던 그 모습
그 그리움만으로
처연한 옷깃 추스리고 있네

어느곳에
꼭꼭 숨어 엿보고 있나
파르르 떨고있는
천상의 신부처럼 아름다운
2016 의 눈빛이여

설레임에 가슴 부푼
파랗게 돗아 몸부림치는
불꽃같이 뜨거운
2016 의 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