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법을 활용해 현대적 아름다움 추구, 예술로 승화시켜내다.

국내 최고 자립 도예가  옥재 윤상길 작가  

국내 최고의 자립도예가(Independence potter)로 알려진 옥재 윤상길 작가. 지난 1980년 도예에 입문하여 30여년간 외길 장인정신으로 세계적인 도예가의 반열에 올랐다. 수도 없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만큼 차별화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윤 작가는 그에 걸 맞는 ‘신의 선물’ 이라는 별칭답게 창조적 아우라가 깊게 묻어났다. 인간과 관련한 온갖 창조의 신화가 폭넓게 어우러져 도자기의 예술로 승화시켜낸 윤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예술철학과 계획에 대해 본지 한국인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자기는 종합예술, 30여년 한길을 걸어오다.
누구에게도 기술을 전수받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 깨우치고 한길을 고집해오며 자립도예가로써 이름을 알려온 윤상길 작가의 작업실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의 곰마을에 그 터를 두고 있었다. 마을 산기슭에 고즈넉히 자리한 그의 가마와 작업 공간에는 장인이라고 불릴 법한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공들이 주로 사용했던 전통장작가마인 망댕이 가마로 현대 도자예술을 빚어온 그는 전통기법으로 현대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며 국내 도예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도자기는 종합예술입니다. 불과 조각, 흙 등 다양한 모든 것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도예가들은 재현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옛 것을 따라 모방하는 것은 결국 과거의 벽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술은 이탈로 마음(心)의 영적인 것이 반영된 창조적인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를 접목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품에 있어 현대와 전통을 접목한 사랑과 생명 즉, 신의 선물로써의 주제로써 ‘자연적인 땟깔(빛갈)’을 중시하는 윤 작가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순수도자예술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자기(瓷器)가 발달한 국가로써 고려청자, 백자 등 뛰어난 자기들을 만들어 왔다. 그 정신과 의지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윤 작가는 지난 30여년간 산과 산을 넘나들며 흙과 유약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조형과 조각기법, 그리고 이들을 융화하며 작품으로 승화하는데 전념해 왔다. 나뭇재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하여 유약을 조제하는 한편 가장 전통 가마라고 불리는 망댕이 장작 가마를 손수지어, 작품을 구워내 국내 최고의 자립도예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다. 현대에 많이 사용하는 전기가마와 가스가마와 달리 장작가마는 횡염식 가마로써 불의 편차가 심하여 5~60cm 가 넘는 도자기를 굽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에서 이와 같은 작품을 찾기도 쉽지 않는 것이 사실. 하지만 윤 작가는 높이 109cm 에 이르는 십장생 도자기를 구워내는데 성공하며 뛰어난 도예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거대한 항아리 전면으로 둘러진 십장생 조각은 흙이 굳기 전에 조각을 완성해야만 하기에 식음을 전폐하며 조각을 해낼 수밖에 없었다는 윤 작가의 말에 그저 감탄과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탄생한 항아리 도자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자기로 한국 기록원에 정식으로 등재되어 있다. 지난 2015년 3월 13일 기록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작년에 개관한 옥재요 도예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예술적 고집으로 도자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지난 2012년 첫 개인전을 열기까지 은둔하며 작품에만 몰두해온 윤 작가는 미술협회에 가입되어 있지도, 공모전에 참여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도예에 대한 연구와 구상, 그리고 작품에만 몰입해 왔다. 작품을 위해 불(火) 앞에서는 모든 번뇌와 욕심 등 세속적인 마음을 내려 놓게 됩니다. 세상과 마주하며 개인전을 열었을 때 신의 선물 시리즈를 관객들이 보고 놀랍다 라는 평을 해주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는 윤 작가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도자예술에서 벗어나 그만의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늘 새롭고 창조적인 아우라를 선보여 왔기에 가능했던 평가일 터. 기존의 도자문화에 대한 문화패턴의 변화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그의 작품은 흙과 불꽃의 한계점을 넘어 예술 혼이 깃든 도자예술의 획을 긋고 있다. 앞서 말했듯 편리하고 쉬운 현대 가마를 배제하고 힘들고 더딘 전통 가마를 고집한 그의 예술적 고집은 전통가마에서 크기가 큰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가마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며 그 재가 되어 날아가 가마 속 도자 기물에 안착하며 도자예술이 탄생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보다 많은 연구와 열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 윤 작가의 끈기와 집념이 지금의 작품들을 세상에 끄집어 낼 수 있었던 것. “저로 인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가지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단순히 선조들의 작품들을 재현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그에 맞는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터
 요즘의 관객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고 정직합니다. 예술가들은 대중들의 눈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침체되어 있는 미술분야가 보다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니즈에 빠르게 호응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창조적이며 실험적인 순수작가의 발굴과 화랑이 제 역할을 해야 국내 미술분야가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새롭게 순수예술로 탄생하는 작품들에 대해 서로 양식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 푸른색을 띄는 청채도자를 작품화해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윤 작가는 늘 대중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소통하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 전시를 열며 국제 심포지엄에도 참가해 새롭고 미래지향적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더욱더 보다 적극적인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를 덧붙여 말했다. 도자예술의 장인이자 미더스의 손인 윤상길 작가. 그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하는 작품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것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도자 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윤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