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에서 해답을 찾다

150여 편의 논문 발표와 20여건의 국내외 특허 획득
중국에 대규모 김치유산균 발효공장 준공

서울대 생명과학부 생물물리학 및 미생물학   강사욱 교수

현대과학의 최대 수혜자인 서양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2003년 조류 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그리고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 등 인류는 다양한 전염병으로부터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과 그에 대응하는 인류의 수비가 반복되는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한국의 김치 유산균 배양액이 조류독감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언론으로부터 조명 받는 김치 유산균 배양액은 서울대 강사욱 교수 연구팀의 치열한 연구 끝에 따른 탁월한 결과였다. 

취재. 박재진 기자.
 

-한국의 발효식품에서 건강의 근원을 찾다
BBC방송의 2005년 방송 이후에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강사욱 교수는 끊임없는 김치 유산균 배양액 연구를 거쳐 2014년 조류독감 치료 예방할 수 있는 유산균 배양액에서 항생물질들을 찾아냈다. 독성이 강한 항생제가 아닌 음식으로 치료하는 ‘항생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김치항생물질은 ‘한국미생물학회지’에 발표되었으며 미국에서도 올해 최고의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강사욱 교수팀은 김치, 된장, 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에서 찾은 좋은 유산균을 기반으로 바이러스 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식품에 대한 막연한 유익성을 과학적으로 입증 중인 강사욱 교수는 생물물리학 및 미생물학에서 손꼽히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학계와 강단에서 열정적인 행보를 보이는 강사욱 교수는 특히 김치유산균의 배양액에서 항세균, 항균 및 항바이러스성 물질인 사이클로다이펩타이드 등을 다수 발견하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번 발견을 통해 인플루엔자와 전염병균, 장티프스, 이질 등의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고 있다. 강사욱 교수는 “한국 식탁에는 이미 3천년 전부터 조상들이 임상실험한 각종 발효식품인 김치, 간장, 고추장, 젓갈 등이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며 덧붙여 “특이한 것은 비슷한 식품군으로 분류되는 일본 된장에는 항생물질이 발견되지 않는다” 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4년여에 걸쳐 중국이 자본을 제공하고 강사욱 교수 연구팀이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의 합작으로 소규모의 가축사료첨가제를 중국에서 생산해 왔으며, 2015년 9월 허베이성 쉔조우시가 제공한 2만4천평의 대지에 대규모 김치유산균 발효공장을 준공하여 중국내에서 가축사료 첨가제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기초 자연과학이 성장해야 응용과학도 발전
천상 과학자 그리고 스승으로 불리는 강사욱 교수가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할 당시 한국의 연구시설은 열악함 그 자체였다. 이에 국내에서 전무했던 생물물리학으로 전공을 변경하고 선진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던 독일과 미국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 와중에도 강사욱 교수는 “고국의 자연과학 연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바람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모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가장 매진한 부분이 자연과학 연구에 적합한 시설 확충이었다. 당시의 강사욱 교수를 기억하는 동료 교수들은 노벨상 수상과 같은 명목이 아닌 실질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비 확보와 연구시설 구축에 앞장 서는 투사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안위보다 연구다운 연구, 후배 양성에 앞장 선 강사욱 교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조직의 관료적인 사고방식과 첨단장비 부족 등 과학에 관해서는 선진국에 이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응용과학의 기반은 자연과학이 제공하기 때문에 관료화된 과학계의 자성과 학교 재정의 독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하는 강사욱 교수는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하버드대학은 세계 최고의 재정독립학교라고 부연한다. 또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과학자들 중 자신만의 연구가 아닌 미국과 같은 과학선진국에서 이미 만들어진 연구에 수정만 가하는 모디파이 연구가 일상화된 것은 문제”라며 강사욱 교수는 동료 과학자에게도 애정 어린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이에 강사욱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본에 충실할 것과 남의 것을 따라하지 않는 주체성 있는 연구를 요구하고 강하게 설파한다.
강사욱 교수는 한림원 정회원으로 서울대 문리대 미생물학과를 졸업 후 동대학원 미생물학과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기쎈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및 이론생물학과 연구원으로 재직한 이후 모교의 자연대 교수로 초빙된 강사욱 교수는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획득하는 등 국내 미생물학 발전에 혁혁한 성과를 남기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1회인 강사욱 교수는 당시에는 전무했던 생물물리학의 첫 번째 주자로 한국생물물리학회 창립에 참여하였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자상자성공명학회 한국 대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생물학네트워크 한국 대표, 한국생물물리학회 회장, 한국미생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10여개 국제학회의 정회원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학회에서 제4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2001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연구상, 2011년 하은생물학상도 수상한 바 있다.

-꾸준한 연구로 학문과 생활건강을 이끌다.
강사욱 교수는 최근 바람이 하나 생겼다. 김치유산균 연구를 꾸준히 하면서 발효식품 전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세포분열에 관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의 개인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김치, 된장, 젓갈 등의 발효식품에서 질 높은 건강보조식품의 물질을 찾아내고 항바이러스 약제를 개발하여 백신프리의 날을 앞당기고 싶다는 강사욱 교수. 지치지 않는 열정과 한결같은 사명감으로 우직한 걸음을 이어나가는 과학계의 거목 강사욱 교수는 아직도 떠오르는 태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