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 감상의 예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갖추어야할 예의가 있다. 예술품은 그 시대의 정신적 문화적 고뇌와 기술이 담긴 귀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의를 가지고 예술품을 감상하는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예술품은 자기소유일 경우와 남의소유일 경우가 구분되며 개인의 집이나 전시장에서의 감상하는 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자기소유의 예술품이라도 반드시 예의를 갖추고 감상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나 진열장에 진열된 도자기 또는 조각품등은 경건한 마음으로 나름대로의 감상만하면 되겠으나 보관하고 있던 예술품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감상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파손이 가능한 도자기나 유리제품은 자리에 보료를 깔고 한 치 이상의 높이로 들어 올려서는 안 된다. 특히 남의 집에서 귀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엄격한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예술품을 감상할 때도 주최자에게 예의를 표하고 한 점 한 점 유심히 보면서 작품에 손을 대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고 함부로 자기 나름의 평을 하는 것은 큰 실례인 것이다. 감상을 끝내고 나올 때는 잘 감상했다는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3자가 볼 때는 하찮은 작품이라도 작가는 고뇌와 각고를 담아 제작했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를 자식과 같이 애정을 간직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심한 감상법으로 대충 둘러보고 나름대로의 작품 평을 하고 말없이 전시장을 나와 버리면 작가를 무시하는 처사이고 큰 실례를 법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의해하지 못할 때는 작가에게 내용을 정중하게 문의하는 것이 올바른 감상자의 태도라 할 수 있다. 
 내가 서울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작가의 전시장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점잖지 못함 관람자가 그림을 감상하다가 작품이 모방 이느니 수준이 낮다느니 하면서 휭 나가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작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끝내는 지독한 욕설로 울분을 터뜨리고 말았다. 전시 관람자의 경솔한 행동으로 한사람의 작가를 실망시키고 자기도 호된 욕설을 얻어먹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모두가 감상자가 예의를 갖추지 못한 탓이라 하겠다. 
 내가 지방에 있을 때의 일이다. 모 기업체의 전무가 자기 집에 사장님을 초청했다. 전무는 가보(家寶)로 소장하고 있던 고려청자 한 점을 사장에게 보여주었다. 사장은 서있는 상태로 청자를 받아들고 감상하다가 실수로 방바닥에 떨어트려 깨뜨리게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사장은 민망하고 또 얼마나 당황했을까? 사장이 예술품 감상법을 잘 알았더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감상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35년여 전 진주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던 겸재(兼齋)선생의 산수화 한 폭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산의 서화 애호가 한분이 그림을 감상하기위해서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 사람은 그림을 보고 경건하게 절을 한번하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진지하게 그림을 감상했다. ??귀한 작품을 보여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 사람의 예의바른 행동에 크게 감동했다. 
 나는 갤러리를 경영하고 있는 덕으로 많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손님이 화랑에 들어와서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만 보아도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림을 보면서 가까이 다가서서 기법을 자세히 보는 사람은 그림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먼 곳에서 분위기를 살피고 가까운 곳에서 상태를 꼼꼼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림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다. 보통구경꾼은 휭 하게 둘러보고 나가버리기 마련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은 그 태도가 진지하고 어느 정도의 교양을 갖추고 있어야 실수를 하지 않고 감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