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음악계의 거목, 
창작음악의 발전과 후학양성에 한 평생을 헌신한 이혜경 교수

-음악이 곧 삶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은 독일 유학길에 올랐고 사춘기와 청년기의 혼란과 고독을 홀로 맞닥뜨리며 피아노 앞에 앉아 예술혼을 불태웠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녀는 늘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피아노와 대화하며 8년반이란 시간을 타국에서 유학 후 귀국했다. 현재 대학교수로 꾸준한 연주활동과 후학양성, 그리고 대한민국 피아노계의 선이 굵은 음악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바로 이혜경교수이다. 

6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이화경향신문 콩쿠르, 교육대학주최 콩쿠르에서 1등으로 입상, 1970년 서울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국립극장에서 데뷔, 4년 후 한국 쥬네스오케스트라 창단공연의 솔리스트로 선정되었다. 1975년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명예졸업하면서 유학길에 올라 독일정부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독일에서도 각종 콩쿠르에 입상한 인재였다. 
1984년부터 중앙대 예술대학 음악학부 교수(피아노전공)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그간 500여회의 연주회를 소화하는 등 불꽃같은 의지로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녀의 음악인생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귀국독주회로 한국음악펜클럽 선정 '이 달의 음악가상', 88년도에는 음악동아 선정 '올해의 음악가상', 이후 한국음악협회 선정 '한국음악상', 한국음악비평가협회로부터 '서울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다 
"예술가는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의무와 아름다움으로 소통하는 권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어린 시절의 은사이신 장혜원 교수께서 '음악에 완성은 없다. 그냥 그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늘 상기하며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강단에 선 32년 동안 초심을 지킬 수 있게 해 준 이야기라고 고백하는 그는 후배들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에게 연주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2005년부터 'Piano On'이라는 앙상블 단체를 만들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On은 '온전하다, 지속되다, 무대에 올리다' 등의 뜻으로, 지난 10년간 150여 곡에 달하는 앙상블레퍼토리를 함께 연구했고 많은 연주활동을 같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부생들과는 'Piano In'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는데, 'In'은 '인내하다, 뿌리내리다, 참여하다'라는 의미로 ”실낱같이 여린 뿌리가 어두운 땅속을 헤치며 힘차게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어느날 커다란 나무가 되어가듯, 학생들의 성장과 열정, 나눔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혜경교수는 학생들과의 특별한 교감을 가지고 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애라고나 할까? 자신의 과거를 비춰 후학들이 어려운 음악인의 길을 걷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도록 인도하고, 늘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와 용기를 심어주려 한다. “대학에서의 4년은 중요한 성장기이므로, 이 시기에 음악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다양한 실험과 실습으로 경험을 늘리기 바란다”고 말한다. 
전문가란 어떤 분야에 종사하며 상당한 시간의 투자, 지식, 경험을 축적한 사람을 뜻한다. “한국은 이미 음악강국입니다. 피아노는 어린 나이부터 엄청난 양의 연습과 훈련, 이론습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대학졸업생은 자신이 전문가라는 것을 충분히 자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자발성과 주관이 더하여져서 교육의 연장선이 삶의 성취감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제자들이 남과 비교하여 위축되거나 현실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개척해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화려해 보이는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다. 연주회를 열기 위해 연습은 물론 프로그램 구성, 홍보, 관객모집에까지 신경쓰고 챙겨야 하는 일을 지속해 온 그는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집중력으로 현재의 한국음악계가 지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홀로 절벽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지요. 그런데도 늘 다음의 계획으로 머리가 분주한 걸 보면, 아마도 치열한 인고의 과정이 이번 생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창작음악의 발전과 부흥을 도모하다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2015 K-Classic Piano Tour’를 총기획 및 감독한 이혜경교수는 한국창작피아노곡 100곡을 전국 14개 도시의 무대에 올리는 대장정을 완수했다. ‘Piano On’이 100곡 중 61곡을 맡았고, 49곡은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및 연주자들과 협동하여 연주회를 구성했다. "이미 작고하신 원로세대부터 막 대학을 졸업한 신진작곡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와 스타일의 작품으로 피아노독주, 피아노중주, 현, 관, 타악, 국악, 성악, 컴퓨터음향과의 실내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짰습니다. 그중 10곡이 세계초연이었고, 무엇보다도 연주자들이 직접 작품을 골랐다는 점에서 청중과 더 가까이 소통할수 있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여 애를 먹었지만, 청중들로부터 ‘영혼이 맑아지는 감동의 순간’이라는 평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라고 전한다.  

이혜경교수는 2006년부터 3년간 방학을 이용하여 15장 분량의 솔로음반 작업을 마쳤다. 장차 피아노협주곡 녹음을 준비하고 있고, 한국창작곡의 지속적인 발굴과 음원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퇴임 후에는 제자와 후배들을 위해 자유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워크샵 공간을 마련하여 그들의 예술인생을 격려하고 싶다는 그는 대한민국 음악계의 발전과 창작피아노음악의 활성화에 기여하며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