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刻)과 색(色), 선각채색을 통한 한국적 팝아트로 재해석

고원수 작가

‘포퓰러(popular)와 미술(art)’이 결합된 대중예술 분야인 팝아트(pop art). 지난 1960년 뉴욕을 중심으로 시작된 서브 컬처와 풍속에 접점을 구한 미술의 물결들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며 새롭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 미술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물결속에 식물, 그리고 꽃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보다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고원수 화백은 꽃을 묘사하고 그리는 기법에서 벗어나 모티브들의 부분을 다른 색으로 칠하거나 외관선을 남겨 주도화면을 구성하는 신선함속에서 한국적 팝의 패턴을 새롭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순하고 심심할 수 있는 소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내며 모티브의 색다른 해석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고 작가를 만나봤다.

한국적 오방색과 다양한 기법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 구축
고 화백의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오방색에 기초하고 있다. 황, 청, 백, 적, 흑 이라는 다섯 가지의 이 색은 음과 양의 기운에 기초하는 색채들로 예로부터 부귀와 장수 그리고 나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 ‘선각채색화(Seongak colored painting)’라는 화법을 구사하는 그는 ‘각(刻)’과 ‘색(色)’의 결합된 형태로 평면과 입체를 동시에 담아 색채와 음영의 효과로 평면회화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입체적이고 보다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승화시켜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조각을 하고 거기에 색을 입힌 그는 투영되는 빛의 밝기에 따라 그 작품 또한 새롭고 다르게 보이는 등 마치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여기에 꽃이라는 식물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되 요철의 효과 등 적절한 기법을 사용해 전통스러운 이미지를 팝아트적 느낌으로 재해석해 낸 것은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작품 구상에 있어 먼저 제 스스로가 꽃이 되려고 합니다. 진심과 마음을 가지고 작품에 임하는 것, 이것이 저의 작품 철학입니다.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픈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삶의 차이를 인정하며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싶습니다. 모든 곳을 향하는 것은 사람이며 최종적으로 향하는 것 또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담고 싶은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한국적으로 표현
유년시절 목가적인 풍경이 가득한 산골마을에서 보낸 고 화백은 그림이 좋아 크레파스와 늘 함께 친구하며 자유롭게 그리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색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다고. 색을 사용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거침없고 주저 없이 그리고 다양한 생각들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써 표현하는 것 또한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어있는 그의 창조적인 스타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세히 보면 그의 작품에서 어린시절 향수가 새록새록 묻어난다. 여기에 동심으로 돌아갈 법 한 자연의 냄새 또한 깊이 배어있다. 자연과 인간을 무겁지 않고 조금은 엉뚱하고 신선한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것이 미술평론가들의 하나같은 의견이다.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일상들에서 영감을 주로 얻었습니다. 인위적이 아닌 우리가 겪고 함께 했던 다양한 인생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세상속에 인간이 변화하는 모습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한국적이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면적인 것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생동감을 전달, 새로운 ‘크레파스기법’ 시도
최근 작품들의 중점 소재인 꽃. 앞서 말했듯 그의 작품에서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꽃의 느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선각기법과 색과 색이 겹쳐내 마치 입체감을 통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작품은 깍고, 녹이고, 도려내며 색을 입혀낸 퓨전적이고 아트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외면의 이중적인 모습까지 작품속에 투영해낸 그는 선각채색화의 지평을 열며 한국적인 오방색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화가라는 입지를 구축해 왔다. 또한 크레파스기법을 시도하여 보다 참신하고 유쾌함이 넘치는 작품들로 대중들에게 소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울 엄니 땅속 같은> 작품은 오방색과 보색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흔히 생각하는 꽃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고 작가만의 독자적인 한국적 팝스타일로 바꿔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색을 사용함에 있어 지루하지 않고 색상의 깊이와 외곽선의 느낌에 있어서 꽃의 아름다움을 보다 새롭게 연출한다. 기존의 식물의 형태를 치장하지 않고 회화의 낭만성을 색채와 형태로 보강하여 그만의 독창성이라는 옷을 입혀냈다. 모티브의 부분 부분을 다른 색으로 입히고, 모티브의 외곽선만 남겨두고 화면을 구성하는 테크닉은 미술계에 신선함을 던짐과 동시에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으로 전통문양 소재로 작품 활동 펼쳐나가고 싶어
현재 인하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것을 비롯 안산문화원문화학교, 문화센터 등에 출강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고 화가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는 신념으로 학생들에게 열정을 다해 지도하고 있다. 진심어린 작품들을 보다 많이 남기고 대중과 소통하며 만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그는 투자자들이 가능성을 보고 신진 젊은 작가들을 키워냈으면 하는 바람과 대중들은 예술작품 구입에 있어 내것이 아닌 같이 호흡하는 것이라는 생각하에 작품들을 구입했으면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앞으로 전통문양을 작품의 소재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회화 작품에 있어서 물감으로 명암을 나타내어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기법은 음영을 통해 물체의 질량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평면이나 입체작품 모두가 음용의 미적 구조에 비중을 두고 있다. 평면과 입체를 동시에 수용하여 색채와 음영을 동시에 지각하여 평면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회화의 장르를 보다 넓혀감과 동시에 원판의 개념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작가노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