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그려낸 한국적 색채의 지휘자

서양화가 강정완 화백

경남 산청 산골 마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강정완 화백은 어린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일상이자 놀이였다. 그에게 있어서 주변의 모든 사물은 그림을 그리는 도구이자 소재가 되었다. 부엌 아궁이에서 꺼낸 숯으로 바위 담벽을 가리지 않고 신들린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곤 했으며 학창시절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뎃생부터 기초를 밟아나갔다. 하지만 너무도 가난한 현실에 비료 푸대에 검정 숯으로 그리고 주위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 화구를 마련하는 등 힘든 환경을 이겨내며 꿈을 위해 정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을까? 많은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대중들은 한국적 색채의 마법사이자 서양화가로 불러주고 있다. 빛의 예술가로, 대한민국 미술계의 거목으로 자리한 강 화백에게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와 더불어 창작에 대한 열정으로 담겨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열정으로 화가의 꿈을 이루다.
어느덧 팔순을 훌쩍 넘은 고령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에 그림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는 청년 못지않는 강정완 화백. 생활고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교직의 길을 걸었던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잠을 쪼개가며 밤마다 창작 활동에 집중하며 꿈을 키워왔다. “낮에는 진주교대 부설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저녁시간이면 저의 꿈을 위한 창작활동을 매진하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휴일도 물론 온전히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보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가족들에게 미안하지요.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했으니까요.” 당시 화가가 되는 등용문은 국전으로 해마다 도전했으나 쉽사리 그 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그럴수록 강 화백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창작의욕이 불타올랐다. 드디어 1965년 대한민국 국민미술대전에서 공보부 장관상을 수상을 계기로 국전에서 특선과 국회의장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신진 화가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정부 장학금 지원으로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군요. 당시 나이가 40을 넘긴 적지 않는 나이였지만 후회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로 입학한 그는 색채로 유명한 구스타프 샹제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그만의 화풍을 정립해 나갔다. 하지만 당시 가장이었던 그에게 유학생활을 경제적으로 너무도 힘들었다. 생활비와 한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 등 가족들을 부양해야만 했던 그는 최소의 경비와  파리 관광지와 초상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까지 불사하며 작품활동에 매진해왔다. 1978년 끝없이 막막하기만 했던 터널속을 뚫고 드디어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대상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그랑프리인 레니에 3세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그의 이름 석자를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개인화실 영구 제공은 물론 그림 판매와 더불어 한국에 있는 가족까지 파리로 올 수 있게 되는 등 파리에서 화가로써 입지를 구축하며 모든 역량을 작품활동에 쏟아 부었다. 

생동감과 생명감이 살아있는 색채의 마술사
캔버스에 그려지는 그의 작품들은 생동감과 생명감이 살아 숨쉬며 추상적지만 마음속에 상상할 법한 심상풍경들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정서를 모더니즘과 적절하고 조화롭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동서양의 초서체 기법을 활용하며 색의 상징성과 기교 그리고 색으로 표현되는 유쾌한 움직임은 그에게 색의 마술사이자 지휘자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화가로 성장하게 되었다. 1977년 프랑스 마르셀 베른하임 화랑에서 초대 개인전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1987~1988년 Cite des Arts de Paris 미술관에서 개인전, 모나코 국왕 수상작가 초대전과 권위있는 단체전에 초청되는 것은 물론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보답하고자 지난 2000년 초, 한국에 귀국해 성남에 작업실을 마련한 그는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은 물론 틈틈이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저에게 있어 삶의 터전은 두 곳일지 몰라도 저의 마지막 종착역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바로 그림이 저의 마지막 도착역인 것이지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속의 화가로 우뚝서다.
 귀국 후 성남아트센터 후원회와 예술 협회에서 지역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함은 물론 작품 기증을 통해 한국 미술 세계화와 국내 미술발전에 이바지하며 대한민국문화훈장 옥관훈장을 수상하기도 한 강 화백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문화예술 분야 혁신 리더로 선정되는 등 세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벌써 그림을 그리는 창작활동에 매진한지 6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작품에 매진하는 것도 그만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보낸 시간과 땀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늘 겸손하며 미술교육자적 인품과 소양으로 후학들을 위해선 따뜻한 가르침을 대한민국 미술계에는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지금껏 달려온 강정완 화백은 오는 2016년에는 한국에서 전시를 계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계 미술사에 획을 그으며 대한민국을 진정한 미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해낸 서양화가 강정완 화백. 그림속에 사랑과 행복, 평화와 희망을 가득 담은 작품들이 앞으로도 계속 되길 기대해본다. 

강정완 화백은 1939년 산청에서 태어나 진주사범대와 프랑스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65년 국전 문화공보부장관상, 1973년 국전 국회의장상수상, 1975년 국전 대통령상수상, 1977년 위마니테르대전은상, 1978년 몬테카롤로 국제현대미술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화가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 작가의 작품은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됐으며, 한국서정을 색채심리로 이끌어 주제의 주목성을 이루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그의 주요 작품들은 모나코왕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외 300여곳에 보관되어 있으며 아주대병원에서는 1000호 그림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