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한계 드러낸 모란봉악단의 회군
북중 관계 개선 기회 놓쳐

북한판 소녀시대. 북한판 걸그룹. 서양음악으로 무장한 북한미녀들. 모란봉악단에 대한 소개다. 북한판 소녀시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던 가운데 중국의 국가대극원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공연을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12일 공연 시각(오후 7시 30분)을 불과 3시간여 앞둔 오후 4시 7분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베이징을 떠난 것이다. 모란봉악단이 김정은 제1비서의 ‘친솔(親率·직접 챙김) 악단’인 만큼 공연 취소도 김정은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예측된다. 왜 모란봉악단은 북한으로 돌아갔을까? 왜 공연을 취소해 국제사회의 망신을 자초하고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표면적으로 드러냈을까? 

정리 편집부  

북한 모란봉악단의 전격적인 공연취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공연이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인지를 따져보면 납득이 안 된다.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중국은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냈다. 김정은 집권,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실시, 장성택 처형으로 얼어버린 북중 관계에 숨통을 트게 하려는 중국의 조치였다. 더구나 이 자리에서 북중관계 개선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추진했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중국은 모란봉악단의 공연내용 중 ‘죽어도 혁명 신념 버리지 말자’ ‘우리는 누구도 두렵지 않아’ ‘단숨에’ 등이 지나치게 북한 사상을 선전한다고 하여 공연 내용에서 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단장인 현송원이 공연기획은 김정은의 지시 사항이기에 한 곡도 건드릴 수 없다고 중국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하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연기획자가 모란봉악단 단원들에게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된 것을 당신들도 알고 있느냐”와 “조선 인민들이 잘살려면 중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현송월이 문제 삼으면서 짐을 싸서 자리를 떠난 것이다.
사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모란봉악단이 지난 9일 노동당 선전선동비서인 김기남과 북한 주재 중국대사 리진쥔(李進軍)의 배웅을 받으며 중국으로 떠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공연 취소와 철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중국도 모란봉악단이 평양으로 돌아간 뒤 이들을 이끌고 왔던 최휘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악수하는 사진을 공산당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공연 취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 모란봉악단이 지난 12일 베이징 공연 당일 돌연 북한으로 철수한 결정적 이유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관람을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모란봉악단 공연에 중국의 시 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관람이 예정돼 있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관람을 앞두고 지난 11일 국가대극원에서 진행된 모란봉악단의 공연 리허설을 점검했고 이 과정에서 공연 말미에 미국 등을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을 확인했다. 이에 이 장면을 삭제해 줄 것을 북측에 요구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북한 측은 “우리가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조·중(북·중) 우호를 위해 왔는데 그렇게는 못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중국 측은 “미사일 장면을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지도자의 공연 참석은 불가하다”며 관람객의 ‘격(格)’을 낮추겠다고 통보했다. 이애 대해 북측은 “그럼 우리도 공연을 취소하고 돌아가겠다”고 맞섰다고 한다.
모란봉 회군(回軍)은 김정은 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음악을 통한 숭배와 찬양, 이를 통해 충성 유도와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음악정치’가 외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북한은 세계 속의 고립을 더욱더 자초하고 있다. 외교적 결례도 아무렇지 않게 여길 만큼 김정은 우상화에 공을 쏟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북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북·중 화해를 위해 추진됐던 이번 공연이 다른 것도 아닌 최고 지도자가 연관된 문제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중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거 같다. 내년 5월 북한의 제7차 당(黨)대회를 앞두고 거론되던 김정은의 방중(訪中) 역시 불투명해지지 않을까.